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76돌을 맞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본을 향해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과거 바로잡아야 할 역사문제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선 동아시아 생명공동체에 북한의 동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린 경축식에 참석해 “한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양국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해방 다음 날인 1945년 8월16일 독립운동가 안재홍 선생이 우리 동포를 향해 한 방송연설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선생은 패전한 일본과 해방된 한국이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며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소마 히로히사 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막말 파동을 비롯해 양국 정상회담 최종 무산 등 한일관계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수년째 교착 상태다.
역대 광복절 경축사와 달리, 올해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이나 약속은 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방역 보건·협력체는 지금 정보공유와 의료방역 물품 공동비축, 코로나 대응인력 공동 훈련 등 협력사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협력을 확대해나가면서 동아시아 생명공동체의 일원인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이 열린 ‘문화역 서울284’의 각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문화역 서울 284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경성역의 옛 모습을 살리면서 내부 공간을 개조해 지난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문화역 서울284는 일제강점기, 아픔과 눈물의 장소였다. 그러나 광복과 함께 역과 광장은 꿈과 희망의 공간이 됐다”며 “광복의 감격과 그날의 희망은 지금도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곳은 1919년 3‧1운동 당시 최다 인원인 1만여 명이 만세운동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백신 상용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등 글로벌 공급망 강화 △올해 안에 실현 가능한 2030년 감축 목표를 밝히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광복 직후인 1946년,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를 시작으로 오늘 홍범도 장군까지 애국지사 백마흔네 분의 유해가 고향산천으로 돌아왔다”며 “독립 영웅들을 조국으로 모시는 일을 국가와 후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자 영광으로 여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한국에 도착하는 홍범도 장군 유해는 일단 대전현충원 현충관에 이틀 동안 안치해 국민추모 기간을 거친 뒤 18일 대전현충원에 정식 안장된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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