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및 대선후보 사퇴 기자회견이 열린 국회 소통관을 이준석 대표가 윤 의원의 손을 잡고 사퇴 의사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날 자체 조사를 통해 윤 의원을 ‘무혐의’로 판단했던 국민의힘은 “윤 의원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며 반격했지만, 윤 의원 아버지의 세종시 농지 구입 등을 둘러싼 투기 의혹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치열하게 싸워온 제가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저를 성원해주신 당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전날 공개한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윤 의원의 아버지는 2016년 5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땅(1만871㎡)을 사들였다. 이곳은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지인 세종시 연서면과 인접한 곳이다. 연서면이 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현장실사와 예비타당성조사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았고 윤 의원은 이 시기에 한국개발연구원에 근무했다. 윤 의원의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세종시 전의면으로 전입했다가 올해 7월 다시 동대문구로 돌아오기도 했다. 세종시에 연고가 없는 윤 의원의 아버지가 이 땅을 매수했고 이곳에 머물며 농사도 짓지 않아 개발 호재를 염두에 둔 거래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윤 의원은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공무원인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며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 평판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윤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준석 대표는 “저는 (윤 의원이) 책임질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정권교체와 향후 국민을 위한 경제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인데 윤 의원께서 많은 분들의 바람처럼 그 뜻을 거둬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여권 후보들에게 촌철살인의 비판을 해왔던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냐”며 ‘정치적 희생양’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 의원은 사퇴 선언을 통해 본인을 희생양이나 순교자 같은 자리에 두려고 하는 것 같은데, 개발 계획을 알고 땅을 사놓았다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연서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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