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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단독] 민주화운동 해직자 복직률 달랑 6%…정부는 자료까지 분실

등록 2021-10-25 04:59수정 2021-10-25 09:17

업무 이관과정 세부자료 사라져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적어놓은 단어들을 살피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찍었다. 이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적어놓은 단어들을 살피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찍었다. 이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과거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해직된 이들에 대한 복직 권고 중 93.5%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별 권고 시점과 내용, 사용자 쪽의 회신 여부, 불이행 이유 등이 담긴 자료를 분실하고 뒤늦게 복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4일 “행정안전부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가 복직을 권고한 495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지만, 행안부가 해당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그 대신 2015년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가 발간한 ‘민주화운동 백서’에 담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복직 권고 실적을 박 의원에게 제출했다. 공무원 10명, 공기업 23명, 공립·사립학교 54명, 주식회사 309명, 언론사 92명 등 총 495명에 대한 복직 권고가 있었지만 32명만 복직됐다는 단순 통계 자료다.

행안부는 관련 업무가 2015년 국무조정실에서 행안부 산하 ‘과거사 관련 업무지원단’으로 이관되는 시기에 복직 권고된 이들에 대한 세부 정보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누군가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데 못 찾고 있을 수도 있고 아예 삭제됐을 수도 있다”며 “일단 여러 컴퓨터에 조각조각 저장되어 있는 자료를 모으고 있고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원자료도 찾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사라진 자료를 복원하던 중 해직 공무원 10명 가운데 1명이 대법원에서 일했고,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가 2005년 1차례, 2007년엔 2차례나 복직을 권고했지만 대법원이 회신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보상법 5조에 “복직 권고를 받은 기관장은 이행 여부를 3개월 안에 문서로 설명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대법원이 이를 무시한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사례에 대해서도 “정확히 몇월 며칠에 권고가 이뤄졌고, 회신이 안 된 뒤 어떤 조처가 이뤄졌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재호 의원은 “정부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복직 권고를 했는데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후 조처가 없었다”며 “이제라도 행안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을 받으신 분들이 일터와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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