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전씨 조문 계획을 밝혔다가 3시간 만에 번복했다. 전씨 죽음에 냉랭한 정치권 분위기 속에서 ‘나홀로 조문’을 했다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45분께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과의 식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씨 조문을) 아직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준비 일정을 좀 봐가지고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는 차원에서 조문을 가겠다는 뜻이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전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도 윤 후보 쪽은 “조문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35분께 “전직 대통령 조문과 관련하여 윤석열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문 계획과 관련해 약 3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등 주요 대선 후보들과 달리 윤 후보만 조문을 할 경우 ‘전두환 옹호’ 발언 때의 비판 여론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문 계획을 밝힌 직후 참석했던 당 경선후보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조문을 만류하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찬 참석자들이 윤 후보에게 강력하게 전씨 조문을 만류했다. 갈 필요가 없고, 가면 안된다, 공식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 쪽은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번복한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전에 ‘조문을 가겠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조문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론적인 말씀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후보 쪽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조문을 가야 되나 고민도 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말씀을 들은 뒤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캠프 안에서 ‘조문을 가면 안 된다’는 의견을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전씨의 삶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전씨가 5·18 광주 학살에 관한 사과를 거부한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물음에 그는 “지금 돌아가셨고, 상중이니까 정치적인 이야기를 그분과 연관 지어 하기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호진 정의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조변석개하듯 오락가락하는 윤석열 후보의 입장 변화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학살자 전두환씨에 대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진심은 도대체 무엇이냐”며 “윤 후보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학살자 전두환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오연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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