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당 국회의원 6명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검찰청법 개정안(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경제·부패 범죄로 제한)에 전원 찬성했지만, 3일 본회의에선 형사소송법 개정안(고소인 이의신청 등 검사의 보완수사권 보장) 표결은 기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에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정의당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형소법 개정안 중)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없던 내용”이라며 “장애인·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공익 고발, 신고의무자의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므로 정의당은 이에 깊은 우려와 부정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법안 내용에 따른 ‘선별적 찬반’이라는 설명이었지만 정의당의 이번 기권 결정은 ‘민주당 2중대 비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당이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에 동조하자 에스엔에스에선 정의당을 향해 “왜 당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입을 닫냐”, “검수완박 법안에 정의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올라왔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법안의 앙상한 내용을 두고 시민단체와 법조계도 우려를 표하는 데다, 민주당이 의석수로 ‘국회선진화법’(국회법)마저 무력화하는 상황에서 당원들에게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지도부가 민주당에 동조했다는 지적이었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개혁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자임했고, 이른바 ‘조국 사태’ 때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도 성공했지만,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정의당 지도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반성하며 독자세력화에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은 여전히 어정쩡한 상황이다. 이번 검찰 수사권 분리 정국에서도 민주당과 한배를 타야 하는 문제를 놓고 정의당 내부에선 여전히 격론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 민주당이 추진한 검찰 수사권 분리에 반대하는 의견만 있는 게 아니고 ‘왜 함께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거대야당’으로 전환되면서 정의당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을 향해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민주대연합’에 가세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정의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 전후 당내에 ‘독자 노선’이 정립되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이를 받침할 체력이 우리 당에 부족한 듯하다. 지방선거 뒤 당내에서 더 치열한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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