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의 당내 성추행 폭로에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의당은 당시 “공식적인 절차와 조처를 철저히 이행했다”며 은폐 의혹 등을 해명했지만, 강 전 대표는 “당이 피해자를 상대로 이런 입장을 내는 것이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11월22일, 여영국 당 대표는 강 전 대표의 비공개회의 소집 요구에 따라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대표단 회의를 진행한 결과,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가해자인) ㄱ위원장에 대한 엄중 경고와 서면 사과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바깥에 ‘발설하지 말라’는 여 대표의 당시 발언이 ‘사건 은폐 의혹’으로 번졌지만 이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치기 전 여영국 대표가 해당 사안은 비공개 회의로 진행되어 바깥에 (알리는 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ㄱ위원장이 기초단체장 후보로 공천된 것에 대해서는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에게 문의했으나, 당시 강 전 대표가 ‘성폭력 문제가 아닌, 청년 당원에게 무례한 태도에 대한 경고·사과를 요구’했던 사안인 만큼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며 공천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전 대표는 “당의 입장문 자체가 2차 가해”라며 반박했다. 강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저는 (비공개 회의에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고, 제가 당에서 이러한 젠더폭력을 겪은 것이 처음이 아니고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그 자리에서 안 썼다고 해서 성폭력이 아닌 게 된단 말인가. 그리고 당시 정말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면, 가해자로부터 사과문을 받아 전달해주는 역할을 왜 젠더인권특위가 맡은 것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여 대표의 비공개 회의 발언에 대해서는 “2차 가해 우려를 해서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데, 당시 현장에서는 그러한 친절한 설명은 없었고 저는 ‘발설하지 말라’는 말이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전 대표가 청년정의당 당직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것으로 본 당내 진상조사위원의 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한 성범죄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과 무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함께 논박한 것은 메신저를 공격하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며 “사실관계에 이견이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 보호를 함께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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