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숨가쁜 한달이었다. 6·1 지방선거 승리를 향한 여야의 목표가 간절한 만치 지난 한달 정치권에선 구설과 논란, 갈등과 상호 공세가 끊이지 않았다. 선거기간 주요 순간들을 사진과 함께 돌아봤다.
여권의 위기와 기회는 대개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왔다. 5월2일 윤석열 당시 당선자가 대구·경북(TK), 호남, 부산·경남(PK), 인천, 충청에 이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와 경기 지역 구석구석을 돌자 “대통령 당선자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3월9일 대선 이후 50일간 이어진 ‘약속과 민생의 행보’의 막바지 일정이었다. 초접전이 예상되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될 지역 현안에 당시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은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자당 후보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31일에도 부산을 찾아 자갈치 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온가족 장학금' 혜택에 이어 제자논문 표절 의혹을 받은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5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측근인사·불통인사로 인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5월3일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부인, 두 자녀가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대학에서 일하거나 공부해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터였다. 지난 23일엔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43일 만에 사퇴했다. 정 후보자 역시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이던 시절 딸과 아들이 나란히 경북대 의과대학에 편입해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졌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퇴론과 ‘부실검증’ 비판론이 나왔다. 그러나 26일 정 후보자의 후속 인선으로 지명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또한 막말 논란과 ‘관사 재테크’ 문제로 도덕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5월6일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총무비서관 등 참모들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진배치한 뒤, 해당 비서관들의 도덕성을 두고도 야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검찰 수사관 시절 성추행 징계 전력과 왜곡된 성인식이 담긴 시집을 발간한 문제로 입길에 올랐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당시 담당검사로 재판 과정에서 위조된 증거를 제출해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두고도 경질 요구가 빗발쳤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중심에 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한 장관 딸의 ‘스펙 쌓기’에 가족 찬스가 동원됐단 의혹이 제기됐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며 야당의 반발을 샀다. 이후엔 법무부에 인사검증 업무를 맡겨 총리·부총리는 물론 각 부처 장관 후보 등 고위공직자 전반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을 갖도록 해 한 장관을 향해 ‘소통령’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세종/대통령실사진기자단
권력형 성범죄로 홍역을 앓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당내 성폭력 문제들이 터져나와 비판을 받았다. 5월12일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으로 충남 지역의 3선 의원인 박완주 의원이 성폭력 사건으로 당에서 제명 조처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최강욱 의원은 성희롱 발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됐고, 김원이 의원도 의원실 내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에 가담한 것으로 신고돼 조사를 받고 있다.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박완주 의원 제명 결정 당일 저녁 국회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나선 박지현 위원장을 향해 강성 지지층이 ‘백래시’에 나서면서, ‘민주당에 발전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5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선거 막바지 박지현 위원장이 ‘586 용퇴론’을 포함한 당 쇄신을 주장하고 윤호중 위원장 등 다른 지도부가 이에 반박하며 민주당은 또다른 위기를 맞닥뜨렸다. 박 위원장이 5월2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연 뒤 이튿날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자 윤 위원장 등 나머지 지도부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지도부 내 감정싸움이 여과없이 노출된 것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거진 지도부 내홍에, 당내의 여러 의원들이 중재를 나서며 지도부는 28일 대국민 사과를 내놨다. 민주당은 이후 △더 젊고 역동적인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더 충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더 확실한 당 기강 확립과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 △양극화 해소, 기후위기, 국민연금, 인구소멸, 지방·청년 일자리 해결 등에 필요한 입법 추진 등 5대 혁신 방향을 내놨지만, 급하게 봉합된 갈등은 지방선거 이후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5월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인천시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5월27일 김포공항의 인천국제공항 통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주당은 다시금 갈등에 휩싸였다. 사실상 ‘무명’이었던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예상 밖의 고전을 펼치고 있는 이 위원장이 승부수를 띄운 것이지만 제주 등 타 지역 후보들에게서 곧바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사안의 민감성 탓에 민주당 제주도당과 오영훈 도지사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 등을 잇따라 열고 공약 철회를 중앙당에 요청했다. ‘이재명 때리기’에 막판 총력을 쏟아붓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은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김포공항 이전은 제주도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앞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경기도 총집결 필승 유세에서 후보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차유람 문화체육특보, 안철수 성남분당갑 국회의원 후보,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권 원내대표, 신상진 성남시장 후보. 공동취재사진
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것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의 재산 과소신고 문제다. 앞서 민주당이 ‘김은혜 후보가 배우자의 일부 토지·건물 가액 및 증권을 과소 허위 신고했다’는 내용의 이의를 제기하자 5월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후보의 ‘재산 허위축소 신고’를 사실로 인정하며 이러한 내용을 누리집에 공고했다. 선관위는 공고에서 “김은혜 후보자의 재산신고 내역 가운데 ‘건물-배우자-빌딩’에 대한 가액은 14억9408만8천원을 과소 신고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우자의 빌딩 가액(토지가액 포함)을 173억6194만3천원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158억6785만5천원으로 과소 신고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 후보의 ‘당선 무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김동연 후보 지원에 화력을 집중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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