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1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단체장 후보 사진 밑에 스티커를 붙인 뒤 박수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 석도 못 건졌지만,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대선 때 이 지역에서 처음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뒤 다시 새 기록을 세운 것이다. 2년 전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이어온 ‘호남 포용’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시장에 출마한 주기환 국민의힘 후보는 15.90%를 득표했다. 이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정용화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기존 최고 득표율(14.22%)을 깬 것이다. 전남지사 선거에서도 이정현 후보가 18.81%의 표를 얻었다.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전북지사 선거 역시 조배숙 후보가 17.88%의 득표율을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광주(12.72%), 전남(11.44%), 전북(14.42%)에서 보수정당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광주광역시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14.11%의 득표율을 기록해 김용님 후보가 시의원에 당선됐다. 광주에서 보수정당 시의원이 탄생한 것은 1995년 1회 지방선거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들뜬 표정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호남은 우리 당의 불모지가 아니라 더 열심히 갈고닦아야 할 경작지”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감사 인사’를 하러 광주를 찾았다.
국민의힘은 2020년 8월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당의 과거사에 대해 ‘무릎 사과’를 하는 등 2년 동안 호남 민심에 노크해왔다. 지난달 18일엔 국민의힘 의원 99명과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함께 제42주년 5·18 기념식에 대거 참석했다.
국민의힘의 호남 선전은 세대 변수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여당 지지 성향인 20, 30대 남성층의 지지가 호남에서도 예외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은 도시에서 당 지지세가 확장되고 있다”며 “광주는 호남권에서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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