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회 참관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학생들이 텅 빈 본회의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회 원구성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 의원 수십 명이 국외 출장에 나섰거나 출장을 계획중인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반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16일 여야 국회의원들의 국외 방문계획을 보면, 다음달 중순까지 50여명의 의원들이 의원외교 등을 이유로 국외 출장에 나선다. 전반기 상임위 활동이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외출장도 있지만 의원 친선 차원의 일정도 있다. 이런 탓에 여야 원내 지도부가 극적으로 상임위원회 배분에 합의하고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잡더라도 불참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인상 등으로 민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외국출장을 이유로 국회를 비우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겨레>에 “의원 외교는 국제무대에서 외교의 중요한 한 축”이라면서도 “정권 초기인 여당은 여당대로 국정을 끌어갈 책임이 있고 우리 당과 정의당은 선거 참패로 어지러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처지인데 국민들 보기에 곱지 않은 그림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비 반납 주장도 나온다. 전반기 국회가 마무리된 뒤 이날까지 18일째 개점휴업 상태인 만큼 세비를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원구성도 못한 유령국회, 무노동 무임금 선언하고 세비 반납하자’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회의원은 있지만 국회에 소속된 국회의원은 없는 유령같은 기이한 상황”이라며 “물가인상·가계부채·고유가 등 문제를 풀어가야 할 국회가 멈췄다”고 비판했다. 올해 국회의원 세비는 1억5426만3460원으로 하루 42만원 꼴이다.
이런 눈총을 의식한듯 여야는 각각 당내에 ‘물가 및 민생안정 특위’(국민의힘)와 ‘민생우선실천단’(민주당)을 꾸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물가 및 민생안정 특위 첫 회의에서 “민생 경제가 이토록 어려운데 국회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며 유류세 추가 인하와 할당관세 품목 확대 등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리터당 37원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의 한 마트에서 현장 물가를 점검하고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치솟는 물가에 국민이 체감하는 부담과 고충은 훨씬 크다”며 “가계부채 등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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