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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준석이 ‘국민의힘 IT 개발자’ 채용 나선 이유

등록 2022-06-20 09:00수정 2022-06-20 09:14

정치BAR_선담은의 전문구경꾼
당원 참여 ‘온라인 소통 플랫폼’ 구축
청년 지지층 끌어들여 기반 확대 뜻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곧 당내 아이티(IT) 수요를 총괄할 프로그래머를 직접 채용하기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개발자 구인’을 예고했습니다. 정당에서 개발자를 직접 채용하겠다고 나선 건 다소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대표가 “업계 기준으로 충분한 대우”를 약속하며 개발자를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이날 오후에 열렸던 이 대표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원들이 당비를 내면서 당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렵게 구축했던 당원민주주의의 틀은 다시 무너질 것입니다. 저는 당원민주주의 절차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플랫폼, (중략) 결국엔 80만 당원에 맞는, 그리고 100만 당원에 맞는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6월12일 이준석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의 취임 후 1년 동안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기존 20만명대에서 80만명대로 4배 증가한 점을 언급하며, 임기 후반기 동안 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원이 당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책임당원들이 자신의 뜻을 당에 제대로 전달할 창구가 없고, 이로 인해 당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당 대표와 일부 당직자들이 (당내) 모든 의사결정 구조를 독점”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가 요즘 몸값이 치솟은 개발자를 뽑으려는 것도 바로 이 ‘소통 플랫폼 구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대표가 단순히 정치적 소신만을 위해 소통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걸까요?

이 대표는 가장 먼저 ‘보수 정당 담론의 부활’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보수 진영의 담론이 극우 유튜버 등에게 휘둘렸던 원인을 당과 당원 간 ‘민주적 소통구조의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당이 당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의사결정과 담론 형성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소통 플랫폼 안에서 당원들 간에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교육을 통해 돈벌이만 좇는 유튜버들과는 차별화된 정치 담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대표는 “(선거 국면에서) 당 후보들도 특정 유튜브 채널에 가서 오히려 (당원들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지금까지 우리가 당에서 만들어내지 못했던 담론들을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면서 보수 세력의 담론이 저열해진 것들을 다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페이스북 갈무리

이런 구상은 극우 유튜버나 태극기 부대와의 결별을 선언한 이 대표의 행보에 비춰볼 때 크게 새롭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과의 ‘거리두기’를 넘어 보수 지지층의 소통의 장을 국민의힘 자체 플랫폼으로 가져오겠다는 계획에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성 상납 의혹 등으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논의에 오르게 된 상황에서 소통 플랫폼을 통해 보수 유튜버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입니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가 플랫폼을 만들어) 당내 여러 정책과 노선을 홍보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보다 큰 이유는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보수 유튜버들에 대항하는 채널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가 공식적인 방송 인터뷰만으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으니, 본인과 우호적 인사들의 입장을 자세히 밝힐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최근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에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으뜸당원제’ 도입을 위해서입니다. 이 대표는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 기존 2등급(일반당원·책임당원)으로 나뉜 당원 체계에 일종의 ‘엘리트 당원’인 으뜸당원 구간을 추가해 3등급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당의 정체성에 부합하고 헌신하는 당원에게 한 차원 높은 명예를 부여함으로써 당원의 효능감을 제고하겠다는 거죠. 예를 들어, “당이 주최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한 사람” 또는 “당의 온라인 소통공간에서 정책 제안 등을 많이 하는 사람” 등을 으뜸당원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당원들의 평소 활동을 데이터로 집계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입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적극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 빠르게 유입돼 ‘으뜸당원’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당원은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층인 중장년층보단 20~30대 청년층일 가능성이 큽니다. 20~30대 청년은 이 대표의 핵심 지지층입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기존 지구당 핵심 인사들이 기득권화 됐다는 문제의식에서 ‘노사모’ 같은 일반 대중 중심 온라인 당원을 확대하려고 했던 것처럼 비슷한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20~30대 당원이 늘어난다는) 이같은 시도는 이 대표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헌정 사상 첫 30대 당대표의 아이디어는 기존 정당 시스템에 비춰볼 때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껏 외주 아이티 업체에 의존해온 당의 전산 시스템이 “누더기”가 됐다는 국민의힘은 자체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만들어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당대표 임기가 1년 남은 이 대표의 ‘자기정치’ 성공 여부는 여기에 달린 것 같습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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