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청원 게시판의 상위 순위가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한 당헌 개정 등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청원으로 채워지면서, 청원 제도가 일부의 목소리를 과대표하는 ‘확성기’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까지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당헌·당규 개정 요청’이다. 이날 오후 3시까지 6만9천여명의 동의를 얻은 이 요청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하는 ‘당헌 80조’를 삭제하거나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 청원이다.
2순위는 1만6000여명 동의를 얻은 “선거 때 분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다시는 민주당에 발 못 붙이게 해달라”는 청원이다. 3순위(1만1200여명)는 “당비를 납부한 전적이 있는 신규당원들에게 (이번) 전당대회 투표권을 부여해달라”는 내용으로, 투표일 기준 6개월 전에 입당해 6번 이상 당비를 내야 투표권이 주어지는 현행 당규를 완화해달라는 취지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입당한 지지자들이 많은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하다. 4순위는 당 윤리심판원에 최강욱 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받은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청원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담은 청원이 1∼4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당원들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되는 청원 게시판이 당 지도부의 판단을 좌우할 경우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더 벌어질 수 있다”(비명계 의원)는 것이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총회에서 의사를 모아서 결정한 것을 목소리 큰 일부의 청원으로 뒤집는 것은 사실상 ‘소수 지배’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청원 제도가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한 청원이 5만명을 넘긴 게 논란이 됐지만, 거꾸로 해당 당헌 유지·강화를 요구한 청원도 5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며 “민주당 당원이 100만명에 이르는데 청원 게시판에서 일방의 의견만 들릴 것이라는 건 과한 우려”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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