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비서실이 정부 부처 등에 보낸 시민사회위원회 폐지 의견 조회 공문.
윤석열 정부가 시민사회와 정부 간 소통 창구인 국무총리실 산하 시민사회위원회(옛 시민사회발전위원회)를 폐지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20년간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사회적 현안을 논의해온 민·관 협치(거버넌스)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리비서실 위원회 “효율 운영 위해” 정부 부처에 공문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무총리비서실은 지난 1일 대통령령인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폐지안에 대해 의견을 회신해달라며 정부 부처 등에 공문을 보냈다. 총리비서실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목적으로 설치된 국무총리 소속의 시민사회위원회를 폐지하려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또 오는 8일까지 회신이 없으면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회신 기한을 16일로 연장했다.
이 규정은 2020년 5월에 제정된 것으로, 국무총리 훈령으로 운영되던 시민사회발전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중앙 부처는 총리실 산하 시민사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게 돼있다. 위원회의 전신인 시민사회발전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3년 9월 시민사회의 활성화 및 정부와의 소통·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유지됐다. 위원회는 40명 이내에서 민간위원이 5분의 3 이상으로 구성되며, 기획재정부·외교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여성부 장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보름 전 위원 추천 받는다고 했는데 갑자기 폐지안, 황당”
올해 7월 시민사회위원회 위원 임기를 마친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규정 폐지는) 시민사회 쪽과 대화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그런 설명이 전혀 없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시민사회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민관 거버넌스가 무너졌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위원회에서 제도개선분과위원장을 맡았던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도 “총리실이 불과 보름 전 새로 5기 위원회에 합류할 위원 추천을 받겠다고 관계 부처 등에 공문을 보냈는데, 갑자기 폐지안이 나와 황당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쪽은 “시민사회위원회는 그동안 정부 쪽 위원들의 참여 저조 등 운영의 한계가 지적된 만큼 자문기구 성격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체계를 검토 중”이라며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정부 위원회 정비 계획에 개선책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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