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책 비전 발표회를 열어 ‘당원권 강화와 공천 시스템'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비윤석열계’ 당대표 후보들이 내년 총선에서 ‘친윤석열계 독식’을 방지하기 위한 공천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윤계와 윤 대통령 친위세력 중심의 공천이 현실이 될 거라며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안철수 후보는 19일 국회에서 연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막말이나 줄 세우기와 같은 저질 행태 등으로 국민과 당원의 지적을 받는 현역 의원이 있다면 공천관리위원회가 아닌 책임당원 배심원단과 여론조사 검증을 거쳐 공천 신청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레이스가 격화하면서 친윤계가 김기현 후보 쪽으로 결집하고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줄 세우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비윤 후보들의 시각이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반윤핵관 기치를 내건 천하람 후보를 향해 지난 14일 “원래 겁먹은 개가 많이 짖는 법”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이날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행태는 ‘김기현 대세몰이’에 나선 친윤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이와 함께 비례대표 순위를 책임당원 투표로 결정하고, 민주당 강경파인 처럼회 의원들 지역구에 경쟁력 있는 총선 후보를 조기에 발탁하는 ‘자객 공천’ 제도화도 약속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앞서 천 후보도 ‘대통령 공천 개입 금지’를 전당대회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지난 7일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에서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당헌 제8조를 개정해 ‘대통령이 된 당원은 당의 공직 후보자 추천이나 인사에 관하여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친윤계의 ‘명예 당대표론’이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천 후보는 지난 15일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 거냐”고 반발했다.
‘친윤계 공천 독식’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건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김기현 의원 지지를 선언하면서부터다.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장제원 의원이 사무총장이 돼 공천권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이를 부인하며 진화했지만, 당 안팎에선 이철규 의원이 장 의원을 대체할 ‘윤핵관 사무총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월 ‘당원 중심의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던 김기현 후보는 친윤계를 겨냥한 공천 개혁 논의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티브이(TV) 조선> 인터뷰에서 “여당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천이 아니고 민생이다. 그걸 내팽개치고 공천 가지고 논란을 벌이면 ‘민생 관심 없네’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민생을 챙기려면 간단하다. 여당이 대통령하고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며 ‘당정일체론’을 거듭 강조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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