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소시 당직정지’ 당헌 80조 폐기 검토 논란

국회 본청 내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를 놓고 불거진 당 내홍이 잦아드는 가운데,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폐지를 놓고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 탄압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위원장 장경태)가 조항 삭제 검토에 나서면서, 혁신이 아니라 퇴행이란 비판이 나온다.

16일 민주당 지도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민주당 정치혁신위는 최근 혁신 관련 제안을 취합한 보고서에 ’당헌 80조 폐지’도 포함했다. 당헌 80조는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5년 ‘김상곤 혁신위’가 마련한 개혁안의 일부로,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검찰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는 규정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직무정지 시점을 ‘기소’가 아닌 ‘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로 고치려다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당내 저항에 부딪힌 바 있다. 논란 끝에 당시 지도부는 ‘정치 보복성 수사일 땐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친다’는 구제조항으로 절충했다.

민주당 정치혁신위가 당헌 80조 폐지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 대표 뿐 아니라 여러 의원들이 비리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이 지난달 라임자산운용 관련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인사들의 ‘줄기소’가 예고돼있다. 한 초선 의원은 “(대장동·성남에프시 의혹으로 기소가 예정된) 이 대표야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이 강력하니 (직무정지를 푸는) 당무위 의결을 뛰어넘겠지만, 거론되는 다른 의원들이 모두 허들을 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장경태 정치혁신위원장은 “혁신위의 다양한 제안은 수백건에 이르고, 현재는 제안을 취합 정리하는 수준”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우려 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혁신위에서) 우리 당은 이렇게 거듭나겠다, 달라지겠다며 (당헌 80조가) 들어간 것 같은데 제대로 적용도 안 하고 (삭제한다고 하면)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권지웅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도 페이스북에 “부정부패 혐의와 민주당을 분리시키려는 단호한 노력은 혁신에 부합하는 것이지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가 명시한 당헌을 지키면서도 부당한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적었다.

엄지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