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10일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길 바란다”며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수도권 30대 초선 국회의원이 ‘극단적 갈등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불출마의 이유로 밝힌 것이다. 오 의원 불출마가 민주당 쇄신 ‘도미노 효과’로 나타날지 관심이 모인다.
오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년에 가까운 현장 소방관으로서의 경험에 비추어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했다. 그러나 극단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찾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며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 입당한 뒤 총선에서 문희상 전 국회의장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오 의원은 “지난해 순직한 세 명의 소방관 영결식에서 한 발 늦어버린 현실의 한계에 절망했다. 한달 전 순직한 29살 젊은 소방관의 유골을 현충원에 묻는 자리에서 더는 버텨낼 여력이 없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대형 창고 화재 때마다 인명 피해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샌드위치 패널 등 가연성 건축자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지만, 2021년 1월 법 시행을 눈앞에 두고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세 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바 있다. 그는 “뼛속 깊이 소방관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소방 공무원 시험을 봐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다.
오 의원은 “정치의 힘을 믿는다”면서도 극단적 갈등으로 치닫는 현실정치에 대한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그는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모든 문제가 전 정부 탓이냐 현 정부 탓이냐 하는 극한 대립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작은 양보와 타협도 쉽게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제 그만 손에 든 (수사의) 칼을 내려놓으라”며 “이 사회의 참담함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 통합을 위해 권력을 쥔 이가 내미는 화해의 손길 뿐”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의 ‘깜짝 발표’에 한 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텐데, 놀랍게도 젊은 의원이 그 대열의 가장 앞에 섰다. 중진 의원들에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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