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하는 모습을 찾아온 시민들이 경청하고 있다. 국회 전원위가 열리는 것은 2004년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이후 19년 만이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성별·나이·직업 등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정치적·정책적 논의에 반영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현행 소선거구제(지역구)에서 나타나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 점유율의 ‘불비례성’을 보완하는 장치이자, 참신한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학계와 진보정당 등에선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주장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유권자들의 반대와 불신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2일 공개한 ‘한국 정치 양극화와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82.2%)이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반대했다. 특히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전원 지역구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답이 27.1%나 됐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의 민주성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62.8%에 이르렀다.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홀수 순위와 절반은 여성으로’ 추천하도록만 할 뿐, 후보자 선출 방식이나 과정 등을 별도로 규정하진 않는다. 후보자도, 정당 득표율에 따른 ‘당선 순위’도 정당이 정한다. 각 정당은 대체로 외부 인사가 포함된 후보자 공천 관리기구나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해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총선 당시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고, 계파 갈등이 심할 땐 분란이 일기도 한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에서 발생한 ‘공천 헌금’ 사건, 2012년 19대 총선 때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사건 등이 그런 부작용이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들에게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인식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던 셈이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공천된 탓에 선출 뒤에야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도 여럿이다. 21대 국회만 해도,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소속 양정숙·김홍걸 의원이 각각 부동산 명의 신탁을 통한 탈세 의혹과 부동산 자산 부실신고 문제로 논란이 됐다.
결국 비례대표 선출제도를 바꾸더라도 각 정당이 후보자 공천 단계부터 개혁 의지를 벼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본래 취지대로 사회적 다양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정당이 민주적으로 후보를 공천하고, 공천된 후보들이 누구인지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제도 설계 못지않게 운영 또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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