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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쓴소리’ 불편했나…홍준표 잘라낸 김기현, 내홍 깊어지는 여당

등록 2023-04-13 19:06수정 2023-04-14 02:42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3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당내 논란과 관련해 당 지도부를 여러차례 공개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당이 일종의 명예직인 상임고문 해촉 조처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 시장은 즉각 불쾌감을 표출했다. 당 안팎의 반발도 나와 수습은커녕 내홍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는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이냐”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공개로 전환된 최고위에서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홍 시장 해촉 이유가 “현직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상임고문에 위촉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곧장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 당사자(김재원 최고위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하나”라며 “입당 30여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 어이없는 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썼다. 홍 시장은 최근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며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3일에는 페이스북에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08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당 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고, 홍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때 김 대표를 물밑 지원하는 등 그동안 두 사람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홍 시장이 김 대표에게 연이어 쓴소리를 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당 안팎에선, ‘극우 논란’을 촉발한 김 최고위원은 놔두고 홍 시장만 해촉이라는 방식으로 ‘징계’한 김 대표에게 비판이 이어졌다.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는 “정당에서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찜질하는 것을 넘어,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썼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포기탕이냐”며 “위기 상황에서도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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