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 망가져야 하나 보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창피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몇몇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논란’으로 위기에 처하자 꼭 한달 전 ‘쇄신 의원총회’까지 열어 자성했던 민주당이 결정적인 순간 똘똘 뭉쳐 ‘제 식구를 감싼’ 모습에 대한 자조다. 민주당 안에서는 윤석열 정부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단일대오’와 당 ‘쇄신’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된 상황에 관해 공개발언을 삼갔다. 부결은 당내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박성준 대변인이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질타가 있다고 하면 충분히 수용하고 발전의 계기라고 할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고쳐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일각에선 지도부가 본회의를 앞두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물밑 표 단속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탓에 혁신 동력은 약해졌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표결 결과가 딱 올라왔을 때 ‘큰일 났다’ 했다”며 “‘방탄 (정당)’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지금 저희가 ‘혁신하겠다, 쇄신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민심이) 그에 대해 ‘구두선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안 된다’ 이런 쪽으로 갈 게 뻔하기 때문에 추동력이 상당히 약화할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국민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으리라고 본다. 민주당이 감당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혁신위원회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새 혁신위원장 인선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낙마에 이어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가 겹친 탓에 벌써부터 ‘김빠진 혁신위’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도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등 3명의 당 혁신위원장 후보를 두고 최종 검증 작업을 이어갔다.
지도부는 세 후보 중 여러 차례 야권의 혁신기구에 참여한 적이 있는 김 전 총장을 제외한 두 후보를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장은 최근까지 언론에 기고한 칼럼 등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 전 원내대표단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한 자리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에 관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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