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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혁신 동력 빠진 민주당…‘4연속 방탄’에 당내서도 “부끄럽다”

등록 2023-06-13 17:35수정 2023-06-13 22:12

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 망가져야 하나 보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창피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몇몇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논란’으로 위기에 처하자 꼭 한달 전 ‘쇄신 의원총회’까지 열어 자성했던 민주당이 결정적인 순간 똘똘 뭉쳐 ‘제 식구를 감싼’ 모습에 대한 자조다. 민주당 안에서는 윤석열 정부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단일대오’와 당 ‘쇄신’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된 상황에 관해 공개발언을 삼갔다. 부결은 당내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박성준 대변인이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질타가 있다고 하면 충분히 수용하고 발전의 계기라고 할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고쳐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일각에선 지도부가 본회의를 앞두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물밑 표 단속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탓에 혁신 동력은 약해졌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표결 결과가 딱 올라왔을 때 ‘큰일 났다’ 했다”며 “‘방탄 (정당)’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지금 저희가 ‘혁신하겠다, 쇄신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민심이) 그에 대해 ‘구두선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안 된다’ 이런 쪽으로 갈 게 뻔하기 때문에 추동력이 상당히 약화할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국민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으리라고 본다. 민주당이 감당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혁신위원회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새 혁신위원장 인선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낙마에 이어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가 겹친 탓에 벌써부터 ‘김빠진 혁신위’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도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등 3명의 당 혁신위원장 후보를 두고 최종 검증 작업을 이어갔다.

지도부는 세 후보 중 여러 차례 야권의 혁신기구에 참여한 적이 있는 김 전 총장을 제외한 두 후보를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장은 최근까지 언론에 기고한 칼럼 등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 전 원내대표단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한 자리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에 관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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