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5일 당 쇄신을 이끌 혁신기구 위원장에 당내 인사들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김은경(58)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낙점하면서, 그가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거대 야당을 어떻게 혁신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 안에서는 학자와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내며 ‘개혁적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사심 없이 혁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현실 정치 경험이 적은 외부 인사가 계파 갈등을 뚫고 혁신을 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 회의 뒤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 인선 배경으로 ‘참신성과 개혁성을 갖춘 원칙주의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권 대변인은 “원칙주의자적인 개혁 성향의 인물”이고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금융 약자들의 편에서 개혁적 성향을 보여주신 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보험법 전문가인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에 임명돼 올해 3월까지 재직했다. 현실 정치 경력은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가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전부다. 그는 민주당 쪽에 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최선을 다해서 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과의 인연이 적은 김 교수는 전임 정부·청와대 인사로부터 두루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과거 에스엔에스(SNS)에 쓴 글들로 논란을 일으키며 낙마한 뒤 민주당은 당 안팎의 세평도 신중하게 살폈다. 민주당은 이 이사장이 낙마한 이후 열흘 동안 김 교수를 포함해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등을 후보군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언론을 통한 ‘지상’ 검증을 했다. 김 교수는 검증 과정에서 서울 강남 지역에 2주택을 지닌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한 채는 사별한 남편 재산을 두 아들과 함께 상속받았다는 소명이 이뤄졌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 전까지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경합을 벌였으나 ‘여성이고 조금 더 참신하다’는 데 막판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국 만장일치로 낙점됐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논란’ 등을 거치는 동안 당내 온정주의가 문제의 핵심으로 꼽힌 만큼, 의원들과 인연으로 엮이지 않은 김 교수가 쇄신에 더 과감하게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무감사위원을 지낼 때 피감기관에 시집을 강매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노영민 의원을 포함해 중진들에게도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부원장 시절에는 ‘모피아’(재무부 마피아) 출신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지도부가 아직 혁신의 범위와 내용, 혁신기구의 위상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학자 출신 외부 인사가 얼마나 과단성 있게 혁신 작업을 주도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도 있다. 혁신위의 역할에 관해 친이재명계는 ‘기득권 청산’을 주장하며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칼질’을 요구한다. 반면, 비이재명계에선 ‘이재명 대표가 이끌었던 대통령선거·지방선거 평가부터 해야 한다’며 지도부도 혁신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김 교수에 대해 “금융전문가가 정당 쇄신 임무를 잘 해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우연 기자
abbad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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