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글 보는 박대표 천막당사 2주년을 기념해 23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 천막당사 기념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국민들이 보내온 글들이 적힌 포스트잇을 읽어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나라의 새출발 ‘기념관’ 벽면엔 3000장의 포스트잇 가득
23일 아침.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는 분주했습니다.
당사 앞 주차장엔 10여점의 사진들이 전시됐습니다. 여의도 천막당사 시절 전경, 소속 국회의원들이 엎드려 사죄하는 사진 등 주제는 천막 당사 시절의 한나라당이었습니다.
평상시 대표최고위원실 회의실에서 열리던 회의도 당사 들머리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열렸습니다.
이 날은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2돌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2004년 3월24일 차떼기당이란 오명과 탄핵 역풍을 뒤집어쓴 채 10층짜리 번듯한 당사를 내놓고 여의도동 23번지의 초라한 천막당사로 쫓기듯 옮겨 갔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주차장에 전시된 사진들을 하나하나 둘러본 뒤 컨테이너 박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컨테이너는 2004년 6월께 한나라당이 84일간의 천막 당사 생활을 끝내고 현재의 염창동 당사로 이사올 때 함께 가져온 것입니다. 당시 당직자들은 “천막 시절을 잊지 않고 반성하는 마음을 되새기자”며 천막당사에서 쓰던 10여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2개를 옮겨왔습니다. 그리곤 이 컨테이너를 천막 당사 자료실로 삼았습니다. 천장에서 새던 물을 받던 양동이, 콘크리트 바닥의 많은 먼지 탓에 당직자들이 썼던 마스크, 강렬한 햇볕 때문에 준비되어 있던 선크림, 의원들이 서명한 ‘단 1원의 검은돈도 받지 않겠습니다. 받으면 즉시 사퇴하겠습니다’라고 씌여진 펼침막 등등. 당시를 증언하는 30~40여점의 물품들이 이 컨테이너 안에 문화재 대접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직자들은 이곳을 ‘초심의 공간’, ‘국민과의 약속이 시작되는 곳’이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한쪽 벽면에 붙어있던 3000여장의 노란 포스트잇 가운데 한 장을 뜯었습니다. 포스트잇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당에 대한 바람을 적어 붙인 것입니다. 박 대표의 포스트잇엔 “한나라당을 믿습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길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2년전 당이 자만과 오만에 빠져 국민의 지지를 잃었을 때 차떼기당이란 오명과 고통 속에 여의도 천막 당사로 옮겼다. 이후 당 쇄신에 노력했고 성과도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몇 가지 사건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안겨 드렸고, 진정성 있는 자성이 없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절박했던 천막당사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와신상담할 것을 주문한 것입니다. 다른 주요 당직자들도 의원들도 ‘헝그리 정신’ ‘천막 초심’ 운운하며 한마디씩 보탰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천막 당사 시절 초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볼일 보러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탄핵 당시 바닥을 치던 지지율이 40% 가까이 치솟으면서 한나라당엔 2년전처럼 다시 오만과 해이가 스며드는 듯합니다. ‘웰빙당’이란 말이 돈 지는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전 사무총장이었던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고, 전여옥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노인’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최근엔 이명박 시장이 황제 테니스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각 시도당에서 끊임없이 공천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오는 30~31일 이틀에 걸쳐 강원 원주의 가나안농군학교로 의원 연찬회를 떠납니다. 농군학교에선 술·담배도 못 한답니다. 한 초선 의원은 “듣자 하니 고무신 신고 보리밥 먹고 열심히 노동하는 일정이라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이번 연찬회는 당의 정신 재무장이 주목적이 될 것 같습니다. 천막당사 주간과 이어진 연찬회. 한나라당이 이를 계기로 “마지막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국민을 무서워하고 받들던 ‘천막 초심’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겨레>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기념물 바라보는 박근혜대표 천막당사 2주년을 기념해 23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 천막당사 기념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기념물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컨테이너는 2004년 6월께 한나라당이 84일간의 천막 당사 생활을 끝내고 현재의 염창동 당사로 이사올 때 함께 가져온 것입니다. 당시 당직자들은 “천막 시절을 잊지 않고 반성하는 마음을 되새기자”며 천막당사에서 쓰던 10여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2개를 옮겨왔습니다. 그리곤 이 컨테이너를 천막 당사 자료실로 삼았습니다. 천장에서 새던 물을 받던 양동이, 콘크리트 바닥의 많은 먼지 탓에 당직자들이 썼던 마스크, 강렬한 햇볕 때문에 준비되어 있던 선크림, 의원들이 서명한 ‘단 1원의 검은돈도 받지 않겠습니다. 받으면 즉시 사퇴하겠습니다’라고 씌여진 펼침막 등등. 당시를 증언하는 30~40여점의 물품들이 이 컨테이너 안에 문화재 대접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직자들은 이곳을 ‘초심의 공간’, ‘국민과의 약속이 시작되는 곳’이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한쪽 벽면에 붙어있던 3000여장의 노란 포스트잇 가운데 한 장을 뜯었습니다. 포스트잇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당에 대한 바람을 적어 붙인 것입니다. 박 대표의 포스트잇엔 “한나라당을 믿습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길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2년전 당이 자만과 오만에 빠져 국민의 지지를 잃었을 때 차떼기당이란 오명과 고통 속에 여의도 천막 당사로 옮겼다. 이후 당 쇄신에 노력했고 성과도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몇 가지 사건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안겨 드렸고, 진정성 있는 자성이 없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절박했던 천막당사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와신상담할 것을 주문한 것입니다. 다른 주요 당직자들도 의원들도 ‘헝그리 정신’ ‘천막 초심’ 운운하며 한마디씩 보탰습니다.
23일 오전 박근혜한나라당대표가 천막당사 2주년을 기념해 염창동 천막당사 기념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기념관을 나서고 있다.(서울=연합뉴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천막 당사 시절 초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볼일 보러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탄핵 당시 바닥을 치던 지지율이 40% 가까이 치솟으면서 한나라당엔 2년전처럼 다시 오만과 해이가 스며드는 듯합니다. ‘웰빙당’이란 말이 돈 지는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전 사무총장이었던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고, 전여옥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노인’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최근엔 이명박 시장이 황제 테니스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각 시도당에서 끊임없이 공천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오는 30~31일 이틀에 걸쳐 강원 원주의 가나안농군학교로 의원 연찬회를 떠납니다. 농군학교에선 술·담배도 못 한답니다. 한 초선 의원은 “듣자 하니 고무신 신고 보리밥 먹고 열심히 노동하는 일정이라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이번 연찬회는 당의 정신 재무장이 주목적이 될 것 같습니다. 천막당사 주간과 이어진 연찬회. 한나라당이 이를 계기로 “마지막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국민을 무서워하고 받들던 ‘천막 초심’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겨레>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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