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공주역 신설…“오송역 유명무실” 항의
실업계 특별전형 확대 교육부 협의없이 불쑥 발표
전국돌며 ‘정책데이트’…진행중 사안도 공약 포장
실업계 특별전형 확대 교육부 협의없이 불쑥 발표
전국돌며 ‘정책데이트’…진행중 사안도 공약 포장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짙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책을 내놓아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정부와 협의없이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일으키는 등 ‘졸속’ 흔적이 역력하다. 열린우리당은 23일 전북 군산에서 개최한 정책간담회에서 “호남고속철도 정읍역 신설의 타당성을 검토해 정차역으로 건설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일 대전에서 발표한 ‘공주역 신설’과 비슷한 공약이다. 열린우리당의 발표대로라면, 호남고속철도 충북 오송~전남 목포 230.9㎞ 구간의 정차역이 애초 계획된 4개에서 6개로 늘어나게 된다. 아직 현실화 여부가 불투명한 이런 선심성 지역공약의 남발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봉변을 겪기도 했다. 지난 22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주민들은 “정당한 절차와 수익성 분석도 없이 공주역 건설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선심성 정책의 전형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 지역에 건설될 예정인 오송역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 공주에 역을 만들면 오송역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이유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관문으로서의 오송역의 위상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며 무마에 나섰으나, 이들은 정 의장의 과거 ‘노인 폄하’ 발언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당 지도부가 실업계 고교를 방문한 뒤 내놓은 실업계 고고생의 대입 특별전형 확대 공약도 설익은 채 발표돼 혼란만 빚었다.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와의 협의도 거치지 않은데다, 당내에서조차 ‘정원 내 10%’, ‘정원 외 5%’ 등 각각 다른 수치가 제시됐다. 대학들은 당정협의를 통해 비율이 정해지더라도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태도다. 또, 열린우리당이 지난 7일부터 ‘국민과의 정책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돌며 발표한 공약 가운데는 익산~순천간 복선 전철화, 대덕특구 지원 대책 등 관련 부처가 이미 발표했거나, 진행 중인 사안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야당은 열린우리당의 순회 공약 발표를 “사전선거운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동영 의장이 가는 곳마다 안 해주겠다는 일이 없는데 여당 안에서도 납득을 못하고 있다”며 “당장 선심성 공약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도 “열린우리당이 이미 잡혀 있는 사업 계획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포장해서 발표하는 등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정책간담회는 지역 현안을 수렴하고 해결해주는 정당의 정상적인 정치 활동”이라며,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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