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취임허용 뼈대…당 안팎서 “법 근간 뒤흔들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사립학교법 재개정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사장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 취임을 허용하는 등 사학법 개정의 취지를 크게 후퇴시키는 ‘양보안’을 마련해, 당 안팎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재개정안을 내놓고 다른 법안 처리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굽히지 않고 있어, 남은 4월 국회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초·중·고교 개방 이사 자격을 정관으로 정하는 등 사학법을 보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 취임 금지 조항 삭제 △이사의 겸직 금지 조항 삭제 △감사 자격 요건 완화 등을 양보대상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여당의 교육위 소속 의원 등과 시민단체들은 “사학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정봉주·유기홍·이인영·최재성 의원 등은 “당 지도부가 사학법의 취지와 학교 현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느냐”며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을 허용하는 것은 사학의 족벌체제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따졌다.
참여연대·참교육학부모회·전교조 등 800여개 교육·시민단체들의 모임인 박경양 사립학교개혁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개정 사학법도 개방형 이사 추천이 2배수로 완화되는 등 매우 미흡한 상태인데, 이마저 또 후퇴시킨다면 그 정치적 책임을 열린우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을 열어 △현재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가 갖고 있는 개방형 이사 2배수 추천 권한을 동창회나 종교재단 등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중·고교의 경우 각 학교 정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개방형 이사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 사학법 재개정안을 확정했다. 진수희 한나라당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의 요구가 하나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 1, 2일 본회의를 포함해 남은 4월 임시국회 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당의 사학법 재개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현재 상임위나 법사위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과 ‘3·3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동북아역사재단설립법 등 주요 법안의 처리도 물 건너가게 된다.
이지은 성연철 허미경 기자 jieuny@hani.co.kr
이지은 성연철 허미경 기자 jieu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