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을 논의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나라당 처리거부에 열린우리당 “무능력”
민생법안 우르르 차질…부동산 요동 우려
민생법안 우르르 차질…부동산 요동 우려
4월 임시국회 폐회를 닷새 앞둔 27일,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주요 민생 법안의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임시국회엔 ‘3·3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과 비정규직 관련 법안, 법학전문대학원설치법 등 주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학법을 놓고 ‘마비’에 가까운 국회 파행 사태를 불러온 열린우리당의 무능력과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막판 협상의 내용은 물론, ‘형식’을 놓고도 이견을 나타냈다. 여당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4자 회담’을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은 참석 대상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하자고 맞섰다. 두 당이 민생국회를 내팽개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극적인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사학법에 대한 두 당의 의견차이가 워낙 커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개방형이사는)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에서 추천한다’는 규정을 ‘학운위와 대학평의회 등…’으로 바꿔, 개방형이사제의 추천 주체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거듭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 요구는 사학법을 무효화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 행정자치위와 정무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 민주노동당과 함께 법안을 처리했으나, 법제사법위·건설교통위 등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회의가 무산되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남은 임시국회 일정에 대해 “여당이 정치력을 더 발휘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법사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어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보건복지위 239건, 법사위 233건 등 2243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으며, 이 가운데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처럼 처리가 계속 미뤄져 왔거나, 회기 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큰 법안도 많다. ‘3·3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이 법안의 처리가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경우 재건축개발부담금을 내야 하는 가구가 현재 예상되는 8만 가구에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법학전문대학원설치법(로스쿨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달로 예정된 법학교육위원회 발족이 불가능해져, 2008학년도 1학기로 예정된 로스쿨 개교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김민영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여야 모두 시급한 민생 법안이 쌓여 있는지 뻔히 알면서 국회를 5·31 지방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명분 없는 국회 파행의 발단은 한나라당에 있지만, 열린우리당 역시 다른 야당과 협력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등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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