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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전략적으로만 ‘생색’내는 ‘여성 정치 진출 확대’

등록 2006-05-06 12:50수정 2006-05-06 16:09

당선 힘든곳 공천 ‘생색’…남성후보는 방해 ‘담합’
풀뿌리 여성후보 푸대접 여전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 여성 서울시장 후보 선출은 ‘여성정치 시대’의 개막인가? 아니다. 여성정치 시대는 상징적인 자리 몇 개로 앞당겨지지 않는다. ‘양질 전환의 법칙’이란 게 있다. 질적 전환을 하자면 쌓인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앞다퉈 ‘여성의 정치 진출 확대’를 약속했다. 현장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곳에 여성 후보를 전략적으로 공천해 놓고 ‘생색’을 내고 있다. 남성 후보들의 반발을 이유로 전략 공천을 포기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여성 후보들을 푸대접하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 뺀 3당 6% 밑돌아

한나라당은 5일 광주시장 후보에 여성인 ㅎ아무개씨를 내정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16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누가 봐도 당선 가능성과 거리가 먼 ‘구색 맞추기’다. 민주당의 기초단체장 후보 83명 가운데 여성은 1명이다. 민주당의 ‘불모지’인 경남 합천에 ‘전략공천’됐다.

경기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기초단체장 후보로 확정된 여성 ㄱ아무개씨는 처음에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남성 후보가 강하게 반발해 경선을 치렀다. 경선에서는 여성후보 가산점 20% 덕분에 가까스로 이겼다.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민주노동당을 빼고는 스스로 정한 여성 후보 공천 목표치에 턱없이 못미친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은 5일 현재 공천을 받은 후보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6% 수준이다. 경선을 치르지 않는 전략공천은 수십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비례의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여성에 배정한다 해도, 각 정당의 여성후보 비율은 7~8%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30% 여성 공천’을 내세웠던 것에 견주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민주노동당은 상대적으로 여성 후보 비율이 높다. 지역구 후보 622명 가운데 145명(23%)이 여성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합치면 34%에 이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각 정당에서 공천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았다. “여성 후보를 내고 싶어도 ‘인재풀’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가장 많았다.

허태열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공천을 신청한 여성이 200여명(비례의원 제외)에 불과해, 이들을 다 공천해도 전체의 1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여성 공천 신청자가 1천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470여명에 그쳤고, 그나마 350명은 비례대표 의원직에 몰렸다.

“키우지도 않고 인재 타령”

여성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여성을 발굴해 키우려 하지 않는데 남성 위주의 정치판에서 어떻게 스스로 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성들의 견제가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공천권이 중앙당에서 시·도당으로 넘어가면서, 오히려 여성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시·도당에서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한 여성 후보가 기득권을 쥐어온 남성 후보들의 조직을 넘어서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배영환 열린우리당 리더십센터 부장은 “여성이 출마한다는 소문만 나도 남성 후보들이 짜고서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방은 정치 구도나 정서가 특히 남성 위주”라고 말했다. 제주 지역에서 도의원 공천을 신청했던 한나라당 소속 여성 도의원은 도당이 경선 방침을 정하자, 경선을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돌아섰다. 공천심사에 참여했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여성을 전략공천하고 싶어도, 해당 지역구 의원과 남성 후보들이 반발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안은 무엇일까? 여성 정치인들과 여성단체들은 각 정당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평소에 여성 ‘인재’를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후보 30% 할당’을 말로만 외칠게 아니라, 당헌·당규에 강제 조항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민주노동당은 이번에 비례대표 의원뿐 아니라 지역구 후보에게도 ‘여성 30% 할당’을 적용했다. 2002년 지방선거 때 여성 후보는 9.1%였지만, 이번에는 세 배 이상 늘었다. 박인숙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제도를 통해 여성들의 참여 기회를 넓혀야, 기득권을 지키려는 남성들의 반발을 막을 수 있다”며 “여성들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당내 성평등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황준범 성연철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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