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지도체제를 놓고 혼선이 거듭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중진의원들이 5일 밤 국회에서 김한길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네번째) 주재로 모임을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실용·보수파 “김근태 의장되면 좌파 오해 커져” 비토
“개혁 성과·양극화 대책 내놔야 표 돌아와” 의견도
“개혁 성과·양극화 대책 내놔야 표 돌아와” 의견도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이념 성향에 근거한 대립 양상이 점점 표면화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갈등 양상은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이 ‘이념 성향’을 이유로 김근태 최고위원의 당 의장직 승계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데서 직접적으로 확인된다. 또 부동산·세금 정책의 재검토 등 당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3일 밤 보수 성향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했던 관료 출신의 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할 경우 ‘좌파’라는 오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당 지지율이 추락한 데에는 ‘좌파 정권’이라는 오해 탓이 컸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이는 ‘지도부 책임론’을 들어 김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에 반대하는 그룹과는 기류가 다르다. 이날 모임에는 5명 정도가 참석했지만,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정서를 대체로 반영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김혁규 최고위원이 지난 4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김근태 비토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당내 중도보수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도 이날 모임을 열고 김근태 체제에 대한 반대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건 안개모 회장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립적이고 균형감을 갖춘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는 2004년 1월 창당 전후로 정동영 의장을 통해 당에 들어온 전직 관료·학자 출신들이 많다. 창당 초기부터 지속돼 온 ‘실용-개혁’ 논쟁에서 실용 쪽에 서 온 인물들이다. 이들은 당내 다수파는 아니지만 종합부동산세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등 개혁적 경제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들은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도 “정책이 너무 왼쪽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선거 패배 뒤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세금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한 데는 이런 주장에 힘이 실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개혁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피부에 와 닿는 양극화 해소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선거 참패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이들이 재야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다. 이 모임 소속인 이목희 의원은 “부동산·세금 정책 재검토 주장은, 서민과 중산층을 우리 당으로부터 등돌리게 만든 자들이 어려운 조건을 틈타 벌이는 빗나간 행동”이라며 “정책으로 인해 얻지 못한 ‘적은 표’를 아쉬워할 게 아니라 확고하지 못함으로 인해 잃어버린 ‘많은 표’를 고통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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