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접근” 거듭 요구할듯…청와대와 절충 쉽지 않아
김근태 의장 체제의 열린우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국민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20일,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김 의장의 지론은 △개방형 경제에서 협정을 거부하거나 부정해서는 안된다 △다만, 조급하게 서두르면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경제의 틀을 넘어 정치·안보·사회적 합의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김 의장 쪽의 한 의원은 “아울러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다른 경제 단위와의 자유무역협정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게 김 의장의 생각”이라며 “특히 한-중-일 자우무역협정을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동시에 또는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도 서 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논의를 계기로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는 게 주변 설명이다. 그 결과 미국과 맺는 자유무역협정의 성격을 경제적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안보 쪽까지 연결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서두르는 이유에는 한국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안보 블럭’에 공고히 묶어두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김 의장 쪽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중산층의 토대가 되는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자는 청와대와 정부 쪽 생각과 근본적으로 달라,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의장 쪽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청와대와 당 지도부 만찬에서도 김근태 의장이 ‘미국이 왜 자유무역협정을 서두르는지 그 이유를 심도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문제는 이미 충분히 고민했다’며 말을 자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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