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 손놓고…의회 휴회하며…
제3호 태풍 ‘에위니아’에 이어 11일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때에 수해 대비와 복구에 앞장서야 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참석을 명분으로 대부분 상경해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대구시 구청장 8명과 경북도내 대부분의 단체장, 광역·기초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일제히 상경했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성주읍 시가지 곳곳이 물에 잠기고 참외밭을 비롯해 980ha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난 성주군에서도 이창우 군수와 이창길 군의회 의장 및 대부분의 군의원들이 이날 일찌감치 상경했다.
참외밭 1300평이 침수되는 피해를 본 농민 이재동(40·성주군 선남면 치곡1리)씨는 “기초단체장이나 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하고 있으니 주민들보다 중앙당에 눈도장을 찍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이에 이 군수 쪽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백화점에서 성주참외 판촉행사가 있어 상경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이원동 청도군수는 재해복구를 위해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으로서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행사에 불참해 눈길을 끌었으며, 무소속 출신 단체장인 의성·군위·고령·울릉 군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김희문 봉화군수가 불참했다.
경북도의회도 이날 하루 의사일정을 접고 휴회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7일 제1차 본회의를 열어 의장·부의장 선출을 끝내고 17일까지 상임위 별로 업무보고와 안건심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11일은 아예 휴회하고 의원 55명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 50명이 대부분 상경했다.
지난 4일 첫 임시회의를 연 대구시의회도 이날 하루 개별 의정활동을 명목으로 의사일정을 접었다. 전체 시의원 29명 중 한나라당 소속 28명이 단체로 서울 전당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도 허남식 시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들 대부분이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부산의 전체 기초단체장 16명 가운데 무소속 중구청장을 뺀 나머지 15명의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군수들이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상경했다.
윤덕진 사상구청장 쪽은 “엄궁동 롯데마트와 관련한 집단민원 때문에 롯데마트 사장을 만나기 위해 상경했을 뿐 전당대회와는 무관한 상경”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대구 부산/구대선 박영률 신동명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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