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일정 출국…교육·복지 ‘대선후보급’ 공약 가다듬을 듯
“나는 돌아올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가 아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독일로 떠나며 남긴 정치적 메시지다. 그는 지난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몇 마디를 했다.
“우리 당이 처한 어려운 처지가 가슴 아프다. 우리 당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내 다시 일어서야 하며, (나도)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
정치인의 뒷모습은 유난히 쓸쓸하다. 정 전 의장은 5·3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현역 의원도 아닌 그가 머물 공간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7·26 재보선의 서울 성북을 출마를 권유했다. 목숨을 건 승부수로, ‘정치인 정동영’과 열린우리당의 활로를 마련해 보라는 조언이었다. ‘밀사’가 오가고, 한때 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결국 그는 뜻을 접었다.
“책임을 지고 사퇴한지 얼마 되지 않아 표를 달라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 전 의장은 바른 사람이다. 언제나 예의와 경우를 잃지 않는다. 이번 판단도 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조언을 거절한 데 대한 부담도 안고 있다. 그만큼 섬세하다.
정치인, 특히 대선주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첫째로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역량, 둘째로는 이를 알릴 수 있는 대중성이다. 정 전 의장은 많은 것을 갖추었지만, 아직 다 갖추지는 못했다.
그는 앞으로 베를린자유대학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한 달 동안 독일에 머문다. 그는 “통일된 지 10여년이 지난 독일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도 만나고, 가능하면 책도 한 권 쓸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길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겠다”고 했다. 그의 측근들은 “교육과 복지가 관심사”라고 귀띔했다. 교육과 복지 분야에서 그야말로 ‘대선후보급’ 공약을 만들어 귀국하겠다는 것이다.
정 전 의장은 ‘컨텐츠’ 부족을 자주 지적받는다. 정책 컨텐츠 뿐만 아니라, 정치 컨텐츠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평이다. 대선주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내어 놓고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이 일치하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될 수 없다. 억지로 해서 될 일이 있고, 되지 않을 일이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은 일치하는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정 전 의장은 ‘컨텐츠’ 부족을 자주 지적받는다. 정책 컨텐츠 뿐만 아니라, 정치 컨텐츠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평이다. 대선주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내어 놓고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이 일치하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될 수 없다. 억지로 해서 될 일이 있고, 되지 않을 일이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은 일치하는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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