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4일 퇴임하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전효숙 헌법재판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효숙 새 헌법재판소장 내정에 개혁적 변화 기대
또 ‘코드’ 논란…신문법 등 정부와 반대 결정 내기도
또 ‘코드’ 논란…신문법 등 정부와 반대 결정 내기도
새 헌법재판소장에 내정된 전효숙(55·사시 17회) 헌법재판관이 보수색채가 뚜렷한 헌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 재판관은 2003년 대법원장 추천으로 첫 여성 재판관이 된 후 비교적 전향적인 결정을 여럿 내놓았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고, 1989년 부산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는 다수의견에 동참했다. 또 단체교섭과 노동쟁의에 원칙적으로 제3자가 간여할 수 없도록 한 노동조합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다수 의견에 맞서 혼자서 한정 합헌 의견을 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앞으로 소수자 보호나 노동권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전 재판관은 행정수도특별법 위헌 소송에서 9명 중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냈으며, 뒤이은 행정도시특별법 위헌 청구 사건에서도 이공현·조대현 재판관과 함께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관습헌법 논리를 폐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전 재판관의 이런 태도를 근거로 그의 헌재소장 발탁을 ‘코드인사’로 비난하고 나섰다.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전 재판관이 그동안 참여정부의 주요정책을 충실히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재판관은 최근 참여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거대신문의 시장점유율 규제를 담은 신문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고, 정권 초기부터 개폐 논의가 있었던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와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대해서도 다른 재판관들과 함께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전 재판관이 다른 재판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기는 하지만, 참여정부와 ‘코드(철학)’를 같이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전 재판관은 진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가 소장이 된다면 첫 여성 헌재소장이 탄생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김승환 전북대 교수)는 평가도 나온다.
첫 여성 소장과 함께 헌재의 4기 재판부를 구성하게 될 5명 재판관들의 면면도 관심거리다. 3년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전효숙 재판관의 경우 헌재 소장에 임명되더라도 잔여임기 3년만 채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인선에서 대통령이 추천할 재판관 두 자리는 고스란히 남게 된다. 청와대는 이 자리에 인권변호사인 조용환(47·24회) 변호사와 김희옥(58·18회) 법무부 차관을 재판관으로 내정했다. 국회는 여야 합의로 목영준(51·19회) 법원행정처 차장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이동흡(55·15회) 수원지법원장을 내정했고, 대법원장 추천 몫으로는 김종대(58·17회) 창원지법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합리적인 성향으로 사법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해 온 목 차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산파 역할을 하는 등 오랫 동안 인권운동을 펼쳐온 조 변호사가 헌재의 변화에 어떤 구실을 할지 주목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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