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땐 “세수 부족” 소속 지자체장 반발…반대땐 “민생 불모” 여론
한나라당이 취·등록세 인하 문제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취·등록세 인하로 인한 지방세수 부족분(1조4천억원)을 국세에서 보전해 주지 않으면, 지방세법 개정안의 8월 임시국회 통과에 협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가을 이사철을 앞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27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보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여파가 얼마나 클 지 걱정이나 하느냐”,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을 일정까지 공개하고 뒤집었다”, “거래세 인하 저지로 국민을 괴롭히지 말라”는 등 비판 일색이다. 특히 지방정부를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어 “당의 입지 강화를 위해 서민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법안 통과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한 수도권 의원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빗발치자, “8월 임시국회에서 거래세 인하 방안을 통과시킨 뒤, 세수보전 문제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별도로 논의하자고 말했는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해명하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당 일각에선 거래세 인하에 협조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세수 부족분에 대한 보완책 없이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주호영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방 균형발전을 그토록 부르짖는 정부·여당이 거래세 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부족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무한정 처리를 늦추자는 게 아니다”라며 “9월 국회 때 확실하게 보전한다는 방안만 합의되면, 일단 8월 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 안에선 지도부의 ‘전략 미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래세를 인하하라는 여론 압박에 밀려 여당이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했는데, 그 때 지방세수 부족분에 대한 대책을 공개적으로 확약받았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권태호 성연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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