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장 `빅뱅' 발화시점 12월 적시
강대표 "한-민 합쳐질수 있다면 바람직"
강대표 "한-민 합쳐질수 있다면 바람직"
내년 대선을 앞둔 정계 `빅뱅'의 발화 시점이 오는 12월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물밑 관측이 점차 현실화되어 가고 있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지난 20일 경기 수원.인천에서 가진 핵심당원연수회에 참석, "이대로 가면 역으로 정권교체를 당한다"면서 "국정감사가 끝나고 늦어도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초가 되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대연합에 대응하는 민주개혁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계개편 시기를 12월초로 적시했다.
연말께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여당내 `통합론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으나, 그동안 일관되게 `당내 정계개편 논의 자제'를 주문해왔던 김 의장의 입을 통해 정계개편 시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당 염동연(廉東淵) 의원은 "이르면 국정감사가 끝나고 새해 예산안 처리가 어느정도 가닥을 잡는 시기인 11월 중순 이후부터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말해 시점이 조금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염 의원은 우리당과 민주당 등 기존의 `민주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연합해 제3의 지대에 새로운 정치적 결사체를 꾸려야 한다는 `제3지대론'을 주창하고 나선 여당내 대표적인 통합론자다.
여당 내에서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정계개편 작업의 현실적인 출발점으로 삼기 위해 미리 당내 여론과 명분을 선점하려는 물밑활동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당 지도부는 전국순회 핵심당원 연수회를 통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국민경선제)'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넓혀가는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5.31지방선거 참패 직후 독일로 건너갔던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내달 1일 귀국하기로 한 것도 예사롭지 않으며, 천정배(千正培) 전 법무장관도 전국을 돌며 대면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정계개편 촉발의 또다른 뇌관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여당 당적 유지 여부도 12월이 되면 표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진작부터 정계개편의 군불을 때온 민주당도 여당내 통합론자들과 `이심전심'으로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12월초부터 곧바로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 확실시되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중심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라며 "민주개혁세력의 재결집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세력까지를 포함하는 큰 구상이 필요하다"며 염동연 의원의 `제3지대론'과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민주당은 10월 해남.진도 보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거대 양당 사이를 오가며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M&A 확산작업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발(發) `12월 정계개편론'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21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고 소속정당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면서 "여당에 지지율 높은 후보가 없어서 판을 흔들려고 하는데 그런 정계개편 시도에 우리가 말려들어선 안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강 대표는 향후 정계개편에서 중요한 키를 쥔 민주당과의 연대문제에 대해 "양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며 지금부터 정책연대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혀 정계개편 가능성을 현실론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중 한 명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이 1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합당론을 언급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당내 스타급 대권주자간 경쟁을 중심 축으로 하면서 민주당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는 방식으로 우리당을 경계하는 동시에 `한나라당+α 전략'에 주력하고 형국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의 교두보 확보는 한나라당의 대선필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이자 도전이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은 제도권 밖에 있는 뉴라이트쪽과도 주파수를 맞춰가며 외연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박사모'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명박사랑' 등 당내 양강 주자들의 팬클럽이 22일 대구에서 열리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대구지부 결성식에 모여 세대결을 벌이는 것은 잠재적 우군인 뉴라이트를 의식한 행사이다.
`100일 민심대장정'에 나서고 있는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20일 경북 영천의 오산자연학교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상임의장의 방문을 받은 것도 한나라당 대선경쟁과 뉴라이트 진영의 상관관계를 미루어 짐작하게 하고 있다.
희망연대 출범 이후 국내외 지지자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는 고 건(高 建) 전 총리 측은 정기국회직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때 지체없이 뛰어들 수 있도록 여당내 통합론자들과의 교감을 확대하는 등 신발끈을 조이는 모습이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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