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체류 중인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내달 1일 귀국을 앞두고 일부 소속 의원들에게 발송한 엽서가 화제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에게 보낸 엽서에서 "숲에도 길이 있듯이, 세상이 어지러워도 길은 항상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선배님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이 의원이 24일 전했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엽서에 여러 차례 언급된 `길'은 정 전 의장이 평소 좋아하는 루쉰(魯迅)의 글 가운데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루쉰의 글 `고향'에는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 측근은 "현재 탈출구가 잘 안 보이는 상황이지만, 여당 내에선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던 정 (전) 의장인 만큼 새로운 희망의 싹을 키워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기존 세력을 재규합하고,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해 정치 일선에 복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엽서를 통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이 의원은 정 전 의장의 계보에 소속되지 않았고, 그리 가까운 관계도 아니었던 인물이다.
또한 정 전 의장은 이달 초 다른 의원에게 보낸 엽서에선 "독일은 벌써 가을입니다. 붉은 낙엽을 보니 세월이 무상합니다"면서 "조만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고 사실상 귀국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 전 의장에게 엽서를 받은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아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던 정 전 의장이 엽서를 보내와 상당히 반가우면서도 놀랐다"며 "내가 받은 만큼 다른 의원들도 상당수 엽서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