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4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주택전시관을 방문해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뉴타운 아파트 분양원가의 세부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오른쪽)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지난 7월 독일로 출국하기에 앞서 배웅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김근태 · 정동영의 가을연대
정동영, 새달 1일 귀국…김근태, 이례적 영접나서
범여권 암담함 타개와 개혁세력 연대 한뜻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오는 10월1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인천국제공항에 나갈 예정이다. 독일에서 귀국하는 정동영 전 의장을 영접하기 위해서다. 집권 여당 대표가 공항까지 나가 누군가를 영접한다는 것 자체가 이채롭다. 정 전 의장을 최대한 예우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두 사람은 정치적 동지이자, 당내 라이벌이다. 개인적으로 별로 친하지도 않고, 정치적 기반과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 ‘공항 회동’은 두 사람의 정치적 연대를 상징한다. 의장 비서실의 박우섭 부실장은 24일 “김 의장은 취임할 때 개별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열린우리당을 살리고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틀’을 두 사람이 손잡고 함께 짜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암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강하게 결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김 의장은 정치적으로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야심작인 ‘뉴딜’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당 지지율과 자신의 대선후보 지지율 모두 바닥을 기고 있다. 자칫하면 당을 살려내지 못한 책임을 혼자 뒤집어써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껄끄럽기만 하다. 최근 12월 초 정계개편 논의를 언급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정 전 의장의 사정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7월15일 출국했던 그는 독일에서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유배 생활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설 연휴가 지나면 그동안 자신을 지지하던 의원들이 고건 전 국무총리 쪽으로 몰려갈 가능성도 있다. 그는 고 전 총리와 정치적 기반이 겹친다.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국을 결심한 배경은 이런 것들이다. 두 사람에게는 맞서 싸워야 할 ‘공동의 적’이 있다. 첫째, 한나라당과 보수단체, 보수언론이라는 거대한 ‘연합군’이다. 연합군의 기세는 두 사람의 목을 조르고 있다. 둘째, 고 전 총리다. 자칫하면 범여권 후보를 고 전 총리에게 ‘상납’할 처지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 문제다. 새판짜기 과정에서 이에 대한 지혜를 내놓지 못하면 당이 풍비박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대선후보가 될 것인지는 나중 문제다. 우선 열린우리당을 살려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을 성사시켜야 한다. ‘새판짜기’에 실패하면 두 사람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당분간 두 사람은 ‘당 중심’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의장은 인천공항에서 강한 ‘귀국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하고, 개혁세력이 연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의 ‘민주개혁대연합’과 같은 맥락이 될 수밖에 없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안부를 묻는 엽서를 보냈다. 또 어떤 의원에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자문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가 지금 이 시기에 귀국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꼭 옳은 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스스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가을은 정치의 계절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범여권 암담함 타개와 개혁세력 연대 한뜻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오는 10월1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인천국제공항에 나갈 예정이다. 독일에서 귀국하는 정동영 전 의장을 영접하기 위해서다. 집권 여당 대표가 공항까지 나가 누군가를 영접한다는 것 자체가 이채롭다. 정 전 의장을 최대한 예우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두 사람은 정치적 동지이자, 당내 라이벌이다. 개인적으로 별로 친하지도 않고, 정치적 기반과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 ‘공항 회동’은 두 사람의 정치적 연대를 상징한다. 의장 비서실의 박우섭 부실장은 24일 “김 의장은 취임할 때 개별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열린우리당을 살리고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틀’을 두 사람이 손잡고 함께 짜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암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강하게 결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김 의장은 정치적으로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야심작인 ‘뉴딜’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당 지지율과 자신의 대선후보 지지율 모두 바닥을 기고 있다. 자칫하면 당을 살려내지 못한 책임을 혼자 뒤집어써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껄끄럽기만 하다. 최근 12월 초 정계개편 논의를 언급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정 전 의장의 사정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7월15일 출국했던 그는 독일에서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유배 생활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설 연휴가 지나면 그동안 자신을 지지하던 의원들이 고건 전 국무총리 쪽으로 몰려갈 가능성도 있다. 그는 고 전 총리와 정치적 기반이 겹친다.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국을 결심한 배경은 이런 것들이다. 두 사람에게는 맞서 싸워야 할 ‘공동의 적’이 있다. 첫째, 한나라당과 보수단체, 보수언론이라는 거대한 ‘연합군’이다. 연합군의 기세는 두 사람의 목을 조르고 있다. 둘째, 고 전 총리다. 자칫하면 범여권 후보를 고 전 총리에게 ‘상납’할 처지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 문제다. 새판짜기 과정에서 이에 대한 지혜를 내놓지 못하면 당이 풍비박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대선후보가 될 것인지는 나중 문제다. 우선 열린우리당을 살려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을 성사시켜야 한다. ‘새판짜기’에 실패하면 두 사람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당분간 두 사람은 ‘당 중심’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의장은 인천공항에서 강한 ‘귀국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하고, 개혁세력이 연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의 ‘민주개혁대연합’과 같은 맥락이 될 수밖에 없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안부를 묻는 엽서를 보냈다. 또 어떤 의원에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자문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가 지금 이 시기에 귀국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꼭 옳은 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스스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가을은 정치의 계절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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