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들이 20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가 연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김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얼굴은 국정원 업무 특성상 공개할 수 없어, 알아볼 수 없게 처리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김만복 국정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일심회’ 사건은 간첩회 적용
‘일심회’ 사건은 간첩회 적용
20일 국회에서 열린 김만복(60)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최근 불거진 일심회 사건과, 김승규 현 원장과의 갈등설, ‘코드인사’ 논란 그리고 학원사찰 전력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일심회 사건 “간첩죄 혐의로 송치”=김 후보자는 일심회 사건의 성격에 대한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 질의에 “수사 중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이들에게 간첩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들이 ‘간첩단’ 아니냐”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제가 이 자리에서 ‘간첩단’ 사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고 부적절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을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한 김승규 현 국정원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설을 부인했다. 그는 “그런 주장은 군대 다음으로 위계질서가 분명한 국정원 조직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대공 사건은 국정원 고유 업무의 핵심”이라며 “원장이 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서는 국정원 수사권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에 “남북이 대치상황에 있고, 북한이 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수사권 폐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답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입법 형식은 어떠하든 안보형사법은 있어야 한다”며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코드인사 논란=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산 출신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장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1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김 후보자의 원장 인선은 대통령의 코드인사”라고 입을 모으며, 국정원의 정치중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송영선 의원은 “국정원 개혁과 과거사 청산 작업을 주도하며 대통령과 코드를 맞춘 결과로 국정원장 후보가 됐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공성진 의원도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국정원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들어 확고해진 국정원의 탈권력, 탈정치를 재확인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학원사찰 “부끄럽다”=이날 청문회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서울대 사찰을 담당했던 김 후보자의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원혜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제가 그 당시 (김 후보자의) 사찰 대상이었는데, 30년 만에 이렇게 만나게 돼 반갑다”는 ‘뼈 있는’ 인사를 건넸다. 같은 당의 선병렬 의원이 학원사찰에 앞장섰던 전력을 거론하며 “과거 고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정보요원으로서 불가피했던 사정을 강조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주어진 직무에 충실했지만 그 속에서 몸담았던 사람들이 가진 업보와 굴레와 멍에가 있다”며 “당시 저의 업무로 당사자나 가족들의 마음에 아직까지 그늘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명광 열린우리당 의원이 “1980년대 교수 시절 내 수업에 들어온 안기부 요원을 쫓아내자, 상급자가 전화를 걸어 ‘아실 만한 분이 왜 그러냐’고 항의하기에 화를 낸 적이 있다”고 당시의 학원사찰 행태를 비판하자, 김 후보자는 “부끄럽지만 인정한다”며 몸을 낮췄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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