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대기 법안 104건중
24건만 회부…81건 상정조차 안돼
24건만 회부…81건 상정조차 안돼
정부나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소관 상임위원회는 법안을 면밀하게 심사해, 표결 또는 여·야 합의로 법제사법위원회로 보낸다. 법사위는 이 법이 위헌성은 없는지, 조항간 충돌 요소는 없는지 등을 심사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치게 된다. 이러한 ‘체계자구 심사권’이 있는 탓에 법사위는 ‘상임위 중 상임위’ 또는 ‘상원’이라고도 불린다.
법률안의 최종 심사를 맡다보니 모든 법안이 법사위로 몰리게 되고,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된 중요 법안도 이곳에서 처리가 되지 못하면 입법이 끝없이 미뤄지기 일쑤다. 지난 2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통과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대기업 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계열사의 주식 한도를 초과해 의결권을 행사해도 이를 시정할 법적 근거가 없는 한계를 바로잡자는 것이 개정안 내용이었다.
당시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의결권 제한이 걸려있는 문제여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안건이었다. 논란 끝에 ‘의결권 제한 2년 유예’ 조항이 덧붙여진 채 재경위를 통과했고, 이렇게 한발 후퇴한 개정안이 법사위로 보내졌다. 그러나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배정된 뒤에는 감감 무소식이다.
금산법 개정을 주도한 열린우리당의 박영선 의원 쪽은 “개정안 심사를 위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렸는데, ‘내용에 문제가 있으니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말만 나오고 그뒤로 한번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상위계층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는 차상위층의 여건에 맞게 주거·자활 급여를 지원하는 개정안을 2005년 11월 내놓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9월 심사를 마치고 법사위에 보냈지만, 이 법안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현재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돼 법사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은 올해 11월10일 기준으로 모두 104건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23건만이 법안심사소위나 전체회의에 회부됐을 뿐, 나머지 81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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