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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법사위 건너뛰고 직권상정 ‘20분만에 속전속결’

등록 2006-11-30 16:18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장기간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왔던 비정규직 관련 3법이 29일 법사위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전격 통과됐다.

비정규직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서 계류된 시간은 9개월에 달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20분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명분으로 비정규직법 처리를 법사위 단계에서 총력 저지했던 민노당과 우리당 의원들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이 이날 오전 비정규직법안을 직권상정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민노당 당직자 40여명은 본회의장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직권상정 규탄한다', `날치기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같은 시간 민노당 의원 9명은 행여라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에서 비정규직법안을 기습처리할 가능성을 우려해 법사위 회의장을 지키면서 이틀째 점거농성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2시께 법안이 결국 직권상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자 민노당 의원 9명은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민노당 당직자들은 "개악안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민노당 의원들은 곧바로 의장석 밑의 발언대 주변으로 몰려가 `비정규악법 날치기 처리 규탄한다'는 플래카드를 펴들었다. 단병호(段炳浩) 심상정 의원은 임 의장이 입장하자 의장석 착석을 막으려고 달려갔지만 우리당 김교흥(金敎興) 선병렬(宣炳烈) 의원의 제지에 막혀 무위에 그쳤다.

임 의장은 오후 2시18분께 개의를 선언한 뒤 "효율적 의사진행을 위해 비정규직법안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노당 의원들은 "날치기 통과를 규탄한다"며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했고, 단병호 의원은 임 의장의 의사진행을 막기 위해 의장석 마이크를 빼앗으려 하기도 했다.

임 의장은 "이제 됐으니까 자리로 돌아가라. 발언권을 얻어 발언하라"며 나무랐지만 민노당 의원들은 "날치기를 중단하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곧이어 우리당 우원식(禹元植) 의원이 법안 제안설명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왔으나 민노당 의원들이 가벼운 몸싸움과 함께 막아서는 바람에 발언대로 다가설 수 없었다.

결국 우 의원은 마이크도 없이 육성으로 제안설명을 시작했다. 이때 민노당 의원들이 제안설명을 막으려고 몰려드는 바람에 우리당 의원들과 뒤섞여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우 의원은 "노사정위를 포함하면 무려 5년간 비정규직 3법을 논의했다. 법을 통과시킨 뒤 민노당이 개정안을 제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임 의장은 이어 찬반토론 없이 곧바로 표결을 선포했다. 민노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약자를 짓밟는 게 참여정부냐. 이게 바로 침몰하는 우리당의 모습"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3법을 표결하는데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민노당 의원들은 "투표하지 말라"면서 표결을 거부했지만 세 법안은 오후 2시37분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노회찬 의원이 "인정할 수 없다", "날치기를 중단하라"고 외쳤지만 허공 속에 묻혔다.

앞서 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비정규직법 처리반대 입장을 밝히기 위해 발언권을 신청했으나 임 의장으로부터 거절당하자 "국가보안법과 전효숙 임명동의안은 직권상정 하지 않더니 왜 이 법만 직권상정하느냐. 한나라당에 약하고 민노당에 강한 것이 민주주의고 정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된 후에도 민노당 의원들이 발언대 주변에서 항의 시위를 계속하자 나머지 법안들도 의원들이 연단 주변에서 제안설명한 뒤 표결처리하는 파행이 이어졌다.

권영길 의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새벽처럼 나와 밤늦게까지 일해도 7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일했던 분들이 이 법만은 안된다고 호소했는데 노동자 죽이는 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느냐"며 "우리는 비정규직법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더 힘차고 가열찬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성토했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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