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체성 논란
전여옥, 손학규·고진화 겨냥 “당 정체성 흔들어”
고진화 “당 오만 극에 달해…낡은 세력과 투쟁”
고진화 “당 오만 극에 달해…낡은 세력과 투쟁”
한나라당에서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정체성과 관련해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고진화 의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용갑 의원은 당 정체성에 역행한다며, 원희룡·고진화 의원의 경선 포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내 보수·진보 논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런 ‘이념적 균열’이 ‘인적 균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불붙는 정체성 논란=전날인 31일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석춘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연세대 교수)이 고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면서 정체성 논란을 촉발시켰다. 고 의원은 그동안 대북 정책 등에서 계속 한나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 왔다. 유 교수는 고 의원 외에도 당내 ‘386 운동권’ 의원들을 “열린우리당 2중대”로 지칭하며, “전투(대선)에 나서기 전에 칼을 갈아 녹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여옥 의원이 1일 “무조건 집권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한 손학규 전 지사를 겨냥해 “백만 당원을 모욕하는 일”, “당 정체성과 당원들에 못을 박는 사람들은 근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보수우파의 핵심인 김용갑 의원도 “원희룡·고진화 의원은 그만 내려오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념 갈등이 분열로 갈까?=정체성 갈등의 밑바닥엔 당의 지향점을 좀더 ‘중도’로 돌리려는 수도권·소장파 의원들과 당내 주류인 보수 성향 영남 의원들과의 충돌이 깔려 있다. 이것이 경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행보와 연결되면서 폭발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계속 남아있다.
고 의원은 “(당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며 “개혁을 표방한 후보들이 낡은 정치세력과 전면 투쟁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연 확대’를 주창하는 손 전 지사도 한나라당 비판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이런 갈등이 범여권 시나리오처럼 ‘손학규, 원희룡, 고진화’의 동반 탈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당내에선 그리 많지 않다. 심재철 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산발적 (정체성) 다툼은 있겠지만, 전면적인 대립·분열로 확대되긴 힘들다. 손 전 지사와 소장파들도 당을 바꾸자는 것이지,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체성을 문제삼는 이들은 대부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 쪽이 정체성 논란을 이슈화할 경우, 당 전체가 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태호 성연철 기자 ho@hani.co.kr
권태호 성연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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