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모임 의원들의 대선 주자별 분포
혁신 접고 대세 줄서기…“존속하되 정치결사 실패”
“정치 결사체로서 수요모임은 실패했다.”
남경필 수요모임 대표는 7일 당내 개혁 성향의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의 한계를 자인했다. 수요모임은 이날 11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남짓, 모임의 존폐 여부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존속은 하되 정치결사 성격은 사라졌다’는 모호한 결론이 내려졌다.
2004년 7월 한나라당 혁신과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건 수요모임은 결국 2년여 만에 유명무실해졌다. 수요모임의 와해는 일정 부분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이재오 원내대표의 당선,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등으로 성가를 올린 수요모임은 7월 전당대회에서 개혁 이미지가 약한 권영세 후보를 냈다가 실패한 뒤 급격히 표류했다. 이후 대선 분위기 속에서 상당수 회원들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기존 후보 캠프로 편입되면서 중립성도 현저히 훼손됐다.
수요모임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에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찬양고무죄를 뺀 국가보안법 개정안 제시 △사립학교법 장외투쟁 반대 등 강경 당론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치아카데미를 열어 젊은층 외연 확대에도 노력했다. 남경필 대표는 “수요모임은 당이 수구기득권 세력화하는 것을 막는 균형추 구실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권력 확보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김재원 의원은 “당의 이념이나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당 지도부 공격에 집중했다는 평이 많다. 당원들로부터 권력투쟁의 한 방편으로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고 말했다.
젊음과 명분을 내세웠지만 둘 다 놓쳤다는 비판도 있다. 각자 생존을 위해, 정체성이 통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원희룡 의원을 외면하고 결국 대세에 줄서는 구태 정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요모임은 당내 대선 경선이 끝날 때까지는 ‘식물모임’ 형태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박형준 의원은 “경선 뒤엔 정체성이나 이념과 관련해 당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는 수요모임만의 구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수요모임의 몰락에 “당으로선 큰 손실이다. 중립에 남아 쓴소리를 해야 (당에) 역동성이 생기는데…”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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