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파 의원들 직격탄 “유장관 출당해야”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이 99%'라고 발언한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의원들이 21일 십자포화를 날렸다.
먼저 우리당 내에서는 2.14 전당대회를 거쳐 내부결속을 다져가려는 판국에 유 장관이 사실상 해당(害黨)행위나 다름없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비판론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당 원혜영(元惠榮)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에서 유 장관의 발언을 겨냥, "새로운 출발에 도움이 안되는, 찬물을 끼얹는 언행이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더구나 패배주의적 사고를 여과없이 노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원 최고위원은 이어 "돌이켜보면 집권세력인 우리가 어렵게 된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책임을 인정치 않고 네탓만 한 데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유재건(柳在乾) 열린정책연구원장도 확대간부회의 비공개 토론에서 유 장관의 발언을 해당행위라고 지적하고 즉각 윤리위원회를 열어 출당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유 장관 발언은 해당행위이기 때문에 당에서 적절히 처리할 것을 최고위원회에 제안했다"며 "당이 새롭게 거듭나서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99% 상대당이 이긴다고 하면 유 장관은 당을 할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최고위원들이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 출당조치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그 사람은 당을 떠나서도 말도 잘하고 일도 잘 할 사람"이라고 꼬집은뒤 "수많은 당원들에게 상처입힌 바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병문(池秉文) 윤리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 지적들이 있는 만큼 윤리위 회부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절차를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당내 이 같은 강경기류는 단순히 문제발언의 차원을 넘어 유 장관을 지지하는 강경 개혁파 그룹에 대한 당내 주류세력의 정서적 반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랜만에 형성된 당의 단합분위기를 저해한데 대해 경계하고 관리하자는 주문들이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는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강한 방법이 있고, 정치적으로 잘 풀어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절대 다수 참석자가 정치적으로 잘 해결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집단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은 유 장관이 지난 97년 `게임의 법칙'이란 저서를 통해 당시 김대중(金大中.DJ) 전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0%라고 공언했던 `전례'를 들춰내며 비판을 가했다.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이날 오전 전원회의에서 "DJ(김대중 전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0%라고 호언장담했던 유 장관의 예상은 정확하게 100% 빗나갔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어 "유 장관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자 그가 얘기하는 보수.수구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국민의 정부를 괴롭혀왔다"고 지적한뒤 "유 장관은 스스로 열린우리당의 `역린'을 건드리고, 그래서 스스로 열린우리당의 소멸을 얘기하는 장본인이 되고 있는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그 중심에 늘 유 장관이 있던 걸 기억한다"며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은 유시민 장관이 `엑스맨' 아니냐고 말하곤 하더라"고 말했다.
주승용(朱昇鎔)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장관을 겨냥, "저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나왔다"며 "아무리 결집효과를 노린다고 해도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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