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늦추고 규모 늘려 7~89월 20만명 참여케”

한나라당 경선규정 중재안 및 각 캠프 의견

한나라 ‘경선준비위’ 대선후보 경선 중재안 제시

주자들 이해 엇갈려 실현 미지수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 선출 시기와 방식을 놓고 대선 주자들 사이에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당 경선준비위(경준위)가 중재안 마련에 나섰다. 7월 또는 8월에 20만명 규모로 경선을 치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주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엇갈려, 합의를 이루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경준위는 7일 오후 국회에서 각 대선 주자들의 대리인들을 뺀 채 중재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7월 또는 8월에 20만명의 선거인단 규모로 경선을 치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는 현행 당헌·당규에 규정된 ‘6월, 4만명 경선’보다 시기로는 한두 달이 늦춰진 것이고, 인원은 5배 가량 는 것이다.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또다른 경준위 위원은 “9월 경선을 주장하는 후보들을 배려해 시기를 8월까지 늦춰야 한다는 의견과 8월로 예상되는 남북 정상회담 변수가 생기기 전인 7월에 미리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며 “규모에선 각 주자들 주장의 중간치인 20만명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8일 오후 다시 회의를 열어 시기 부분을 결정한 뒤 곧바로 캠프 대리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경선 시기와 방식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각 대선 주자 진영은 썩 구미가 당기지 않는 표정이다. 6월이라는 시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은 늦어도 7월 이전에는 경선을 해야 한다는 태도다.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여권의 판흔들기에 대비하고 외연 확장의 시간 확보를 하려면 6월에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최소한 2003년 전당대회 규모인 23만명은 훨씬 넘어야 한다”며 20만명 규모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6월, 4만명’이란 현 규정 그대로 경선을 치르자고 밝힌 박근혜 전 대표 쪽도 중재안에 시큰둥하다. 박 전 대표 쪽은 특히 5배나 늘어날 수 있는 선거인단 숫자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선거인단을 20만으로 하면 대략 100억원 정도의 돈의 드는데 후보들이 이만한 돈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시기 역시 “여권 후보가 가시화된 뒤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르다는 뜻을 밝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 역시 불만이 많다. 손 전 지사는 9월에 100만명 이상 참여하는 완전국민참여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손 전 지사의 경준위 대리인인 정문헌 의원은 “현행 방식이나 어정쩡한 타협안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한편, 이날 각 대선주자 대리인들은 경준위 전체회의에 앞서 맹형규 경준위 부위원장과 따로 만나 막판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맹 부위원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후보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은 아예 회의에 불참하는 등 성과가 별로 없었다.

성연철 기자 [e-mail]

성연철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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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선주자 남북정상회담 추진설 관련 입장

손학규

손학규 “적극 추진할 필요”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및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연일 여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고진화 의원 등 일부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당론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7일 일본 〈도쿄방송(TBS)〉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 이행사항을 보며 대통령이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찬성론을 밝혔다. 그는 또 남한의 대북 경제지원을 뜻하는 ‘북한 경제재건 10개년 계획’을 설명하며, “북한 주민 삶의 질이 개선되면, 개혁개방 요구가 사회 내부에서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이명박 “국익 도움된다면”

한나라당의 또다른 대선 주자인 원희룡 의원은 손 전 지사보다 조금 더 나갔다. 원 의원은 이날 이해찬 전 총리 방북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한나라당 당론과는 정반대로 “이번 방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오라”고 촉구했다. 원 의원은 당에 대해서도 “‘왜 하필 지금이냐’, ‘정략적 발상’ 식의 발언만 반복하면 대선 승리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변화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다른 당내 대선 주자인 고진화 의원은 한반도 미래평화 구상을 내걸며 아예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를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박근혜 “정치적 의혹…반대”

이에 반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론에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도 이날 여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대선에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할 뿐, 국익에 도움된다면 반대하는 사람 없을 것”이라며 ‘조건부 긍정론’을 폈다. 이 전 시장은 다만,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은 한선교 대변인이 “(정치적)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 전 총리가 북한에 가서 할 일은 북한 핵 완전 폐기와 남한 대선 불개입, 딱 두 가지”라고 밝혀, 가장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도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목적을 ‘대선용 남북 정상회담 추진’으로 전제하면서 “좌파정권 연장을 위한 퍼즐 맞추기”, “대국민 사기극” 등의 용어를 써가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권태호 기자, 여수/조혜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