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을 다루기 위해 24일 오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정 의원 쪽은 “4·25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동행하느라 불참했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요즘 이익단체들의 로비실태
특정사안 위해 뭉칫돈 건네기보다 ‘평소 관리’
법안 발의 전후나 국정감사 시기에 향응 집중
장동익(59)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대한 ‘뒷돈’ 제공 발언을 계기로, 입법과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국회에 대한 각종 이익단체의 로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즘 로비는 이전처럼 특정 사안을 풀고자 뭉칫돈을 건네는 것보다는, 술자리나 후원금 등 ‘로비의 일상화’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얼굴이나 익히자고 저녁을 먹자’고 한다. 식사 뒤 수시로 연락을 하다가 술을 한잔 한다. 형, 동생 사이가 되면 그제서야 ‘이런 법안이 있는데 이랬으면 좋겠다’고 나온다. 봉투가 오면 적극 만류하지 않는다.” 그는 “형, 동생 사이가 되면 로비가 들어오지만 대부분 그 선까지는 안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의 발언 녹취록에 나오는 한 의원의 보좌관은 “장 회장이 인사하겠다고 몇 차례 전화가 왔다. 선배와 점심 식사를 약속했고, 그 자리에 가니 장 회장이 나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외에는 만난 적 없다. 우리 방에 (법안) 설명하러 두세번 왔고, 최근에는 의료법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향응 제공은 보통 법안 발의 때나 국정감사 시기에 집중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쟁점이 되는 법안 발의를 전후로 해 (향응 제공이) 이뤄진다”며 “각 위원회와 관련된 협회나 공기업 등으로부터 향응을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향응이 음성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진다면 후원금은 합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로비 수단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세 의사단체는 지난해 자신들이 원하는 연말정산 간소화 법안과 관련해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들은 뒤 회원들을 독려해 정 의원을 후원하도록 했다. 이번 녹취록에 거론된 또다른 의원의 후원자 중에는 의협 임원 윤아무개씨도 있다. 윤씨는 매달 30만원씩 연간 360만원을 이 의원에게 후원금으로 냈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실에서 같은 당 소속 보좌진 106명을 대상으로 벌인 로비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의 44%가 “사례나 접대,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답했다. 보좌진들은 가장 로비가 심한 상임위로 건설교통위원회를, 그 다음으로 재정경제위원회를 꼽았다. 정책·의사 결정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곳일수록 로비가 극성이라는 뜻이다. 김남일 이정훈 황준범 기자 namfic@hani.co.kr
법안 발의 전후나 국정감사 시기에 향응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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