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쇄신안 수용땐 ‘이명박 의지’ 읽혀 안정
거부땐 강대표 체제 ‘붕괴’로 이어질 듯
거부땐 강대표 체제 ‘붕괴’로 이어질 듯
한나라당 갈등의 한가운데에 이재오 최고위원이 서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좌장 격인 이 최고위원이 강 대표 사퇴를 밀어붙일 경우 갈등은 확산 일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1일 강 대표 쇄신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진 이 최고위원에게 당 안팎의 시선이 쏠려 있다.
이 최고위원은 30일 측근들에게 “등산 간다”고만 알린 채 숙고에 들어갔다. 진수희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강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홍준표 의원 등의 비판과 인식을 같이한다. 정권교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미흡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단 강 대표의 쇄신안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이 자신의 생각대로 쇄신안을 비판하고 사퇴하면 강 대표 체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강창희, 전여옥, 전재희 의원 등 3명의 최고위원이 사퇴한데다 이 최고위원마저 사퇴하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사실상 대표성이 사라진다. 또 그의 사퇴는 강 대표 체제에 관한 이 전 시장의 불신임이란 모양새로 이어지게 된다. 이 경우 강 대표의 중립성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 안팎에선 이 최고위원의 사퇴가 강 대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임시 전당대회나 그에 준하는 상임전국위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도 제기되지만 현 당헌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임시전당대회 개최는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 전 시장 쪽과 박 전 대표 진영의 사활을 건 격돌로 인한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현실화시킬 수도 있다. 이 최고위원의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만일 이 최고위원이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사퇴 카드를 뽑지 않으면 강 대표 체제는 급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강 대표는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로 인한 타격과 홍준표, 남경필 의원 등 당내 이견을 무마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강 대표는 5월 안으로 미니 전당대회 격인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새 인물로 비어 있는 최고위원 자리를 채우고 새 지도부를 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를 하지는 않으면서 또다른 쇄신안을 갖고 나와 강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쇄신안의 내용을 두고 당내의 갑론을박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