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팀 이지은 기자
8일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는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통합으로 승리해서 나라에 보답하겠다”고 썼다. 교섭단체(20명)를 구성하기 위해 전날 창당대회에 맞춰 열린우리당에서 빼내 온 유필우 의원도 동행했다. 유 의원은 이날 네 명의 최고위원 중 한 명으로 임명됐다.
김 대표는 창당 직전까지 20명을 채우느라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함께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 6명이 독자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교섭단체 구성에 1명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결국 열린우리당·민주당 의원 3명의 입당 원서를 받아냈고, 이 가운데 유 의원이 탈당해 합류했다.
교섭단체가 돼야 하는 이유는 뭘까? 신당 쪽은 통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속내에는 ‘돈 문제’가 있다.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교섭단체를 만들면 13억원이고, 못 만들면 5억원이다.
김 대표의 이런 행태를 두고 정치권에는 ‘빼오기’, ‘사오기’, ‘꿔오기’ 등의 조롱 섞인 비판이 넘쳐난다. 김 대표는 ‘현실론’을 내세운다. 최소한의 정치자금을 갖추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의 탈당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를 비롯한 탈당파들은 2월6일 탈당 선언문에서 “기득권을 선도적으로 포기함으로써 국민통합신당의 밀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석달간 ‘탈당 동지’였던 노웅래 의원은 “독자 신당이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한길 대표는 ‘교섭단체 요건을 갖춘 독자 신당’을 창당함으로써 스스로 기득권화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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