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경기문화포럼 창립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수원/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근혜 전대표 작심하고 ‘포문’…“경선불참 말한 적 없어”
“차라리 1천표를 드릴테니 우리가 만들어 합의한 룰(8월에 선거인단 20만명으로 경선)대로 가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작심하고 칼을 빼들었다. 그는 10일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경선규칙 중재안에 대해 특유의 ‘짧고 굵은’ 화법으로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회에선 “여러분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심에 호소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오전 10시께 여의도 캠프사무실에 들어설 때부터 전투는 예고됐다. 아침부터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친 기자들에게 그는 굳은 표정으로 “나의 입장과 방향을 곧 밝히겠다”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는 이어 참모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이런 부당한 안이 어떻게 나올 수 있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전반전은 경기 고양여성복지회관에서 열린 덕양을 당원간담회였다. 박 전 대표는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국가선진화 문제들을 얘기하지만 오늘은 현안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운을 뗀 뒤 30분간의 연설 내내 공세를 이어갔다. “죽어가던 한나라당을 살리느라 가시밭길을 걸으며 당을 일으켜 세웠는데 원칙을 지키지 않아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왜 당이 단결하지 못하고 싸우냐는 얘기를 듣는데, 필요하면 싸워야지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나라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표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에 격렬히 맞섰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벌이고 있는 자신의 싸움도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안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마지막엔 “그동안 한나라당은 (현행) 경선 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평화스러운 당이었는데 왜 이렇게 됐냐”며 “여러분이 당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당원들의 지지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듯 했다.
절정은 박 전 대표가 이날 오후 경기문화포럼 특강을 위해 경기도 수원 문화의 전당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었다. 곧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시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전 시장에게 내가 직접 제의를 하겠다. 차라리 1천표를 드릴테니 우리가 만들어 합의한 룰대로 가자”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경선 불참 가능성이나 탈당에 대해선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말을 돌렸다.
박근혜 캠프 쪽은 느닷없는 ‘1천표 발언’에 놀라움과 통쾌함이 뒤섞여 오랜만에 웃음이 감돌았다. 경선 규칙을 바꾸자는 이 전 시장의 억지스러움을 효과적으로 풍자했다는 것이다. ‘1천표 발언’은 조금도 밀리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기싸움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 수원/이유주현 기자 edigan@hani.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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