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김’ 공방 악화일로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진영, 그리고 이에 맞서는 정동영·김근태 열린우리당 두 전직 의장 진영 간의 공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정 전 의장 양쪽은 측근들이 나서 이전투구식 대리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정동영 전 의장은 13일 광주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 친노 세력을 묶어서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당을 떠난 노 대통령은 당내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탈당 이후)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일절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상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에 의한 여권 후보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두 사람의 공세는 청와대가 지난 9일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 대한 ‘맞불’ 차원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001년 당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노 대통령이 다른 후보들의 ‘디제이 때리기’ 행태를 비판하는 연설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게재하는 등 두 전직 의장의 ‘노무현 때리기’를 비판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두 사람의 대선 불출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동영 전 의장쪽의 정청래 의원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전 의장이 17일 남북 열차시험운행 탑승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옹졸한 행위”라고 퍼부었다.
노 대통령 측근인 유시민 보건 복지부장관의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지지율이) 합쳐서 3%인 정동영·김근태는 왜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을까’란 제목의 설문조사도 들끓는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유 장관 쪽은 “홈페이지는 네티즌과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유 장관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문제제기가 있어 삭제했다”고 해명했으나, 정청래 의원은 “노 대통령은 간신을 내치라”며 유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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