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가 얼마전 앉았던 자리에 정동영 후보가 앉아 심대평 국민중심당, 이인제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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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가 방송 토론회를 둘러싸고 맞서고 있다.
후발 주자이면서 지지율도 많이 뒤처진 정동영 후보는 가급적 이 후보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고 애쓰는 반면, 이 후보는 쉽게 옆자리를 내주지 않으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 후보 쪽은 이 후보와의 ‘맞장 텔레비전 토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후보 쪽은 “범여권 단일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곤란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링에 오를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 후보에게 “이번 선거에서는 ‘가치’를 갖고 승부하자”며 국정운영 가치를 주제로 한 1 대 1 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이낙연 통합신당 대변인도 이날 한나라당의 사실상 토론 거부에 대해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오만한 이유를 붙여 토론을 거부하고 있지만, 토론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이날도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이 후보는 광주지역 신문·방송 편집·보도국장들과 간담회에서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문국현 후보 등 일부 대선후보들 사이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말이 많은 만큼 이들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 후 단일화된 특정 후보와 토론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정 후보의 토론회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는 쉽게 ‘양강 구도’를 구축하게끔 도와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또다른 이유는 앵커 출신인 정 후보와의 1 대 1 토론에서 이 후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전국으로 생중계된 정책토론회에선 박근혜 후보에 비해 뒤졌다는 평가가 많았고, 최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나선 뒤에도 부정적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에는 정 후보를 빗대 “나는 말은 잘 못한다. 그러나 일은 잘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선거대책위를 새로 꾸리면서, 경선 당시에는 서너명에 불과했던 방송팀을 대폭 보강했다. 김인규 전 <한국방송> 이사를 방송전략실장으로 새로 임명하고 그 산하에 방송연설팀과 텔레비전토론팀, 보도분석팀, 기획총괄팀 등을 두는 쪽으로 조직을 확대 재편한 데엔 이 후보의 약점을 집중 보완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후보 쪽은 상대방 후보와의 텔레비전 토론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횟수도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한다는 쪽으로 이미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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