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가 재심의 요구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 부분을 포함한 ‘삼성 특별검사법’을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 회기 내 법안 처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위원장 이상민·대통합민주신당)는 22일 ‘삼성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고, 23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뒤 오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전해들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삼성그룹 불법 증여·상속 부분은 재판 중이고, 사인 간의 문제이므로 공직 비리를 다루는 특검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게 당론”이라며 “주성영 법사위 간사에게 전체회의에서 이런 부분을 검토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또 “로비의혹 대상에 언론계·학계 인사를 포함시킨 것은 특검 취지에 맞지 않으며, 수사 기간도 축소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시정되지 못한다면 내일 전체회의 통과가 힘들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법사위 통합신당 간사인 이상민 의원은 “소위 의결을 뒤엎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나라당 지도부 방침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소위 소속 통합신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법안 절충 과정에서 통합신당 등이 강력히 요구한 삼성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한나라당이 주장한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위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을 수사 대상에 모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한나라당이 주장한 ‘당선축하금’이란 표현은 법률안 제안 이유에 넣기로 했다.
소위는 특검법안의 이름을 ‘삼성 비자금 의혹사건 진상 규명 등에 관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삼성비자금 의혹 관련 특검법)로 정하고, 수사 대상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 등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상속 의혹 사건과 관련된 사건 △1997년부터 현재까지 삼성그룹이 불법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및 2002년 대선자금과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 대한 포괄적 뇌물 제공과 관련한 지시 주체와 방법 등에 관한 사건 등으로 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