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명 모여 진로탐색 워크숍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냐.” “몇몇 ‘올드보이’와 일부 개념 없는 386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최대 계파인 ‘정동영계’가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27일, 말문이 열리자 험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묵언수행 중”이라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전국의 계파 인사들을 한데 불러모아 진로를 모색하는 대규모 워크숍을 열었다.
충남 계룡산을 등산한 뒤 갑사 근처 한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정 전 장관을 비롯해 계파의 핵심인 박명광 최고위원, 박영선·김현미·채수찬·우윤근·장복심 의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산행 중 정 전 장관은 취재진들의 정치 재개와 관련한 질문에 “다음주면 입춘이다. 겨울이 있으면 봄이 있다. 변화하는 게 세상 이치고, 사람의 이치다”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산행 뒤 이어진 워크숍은 최재천 의원의 발제와 참석자들의 자유발언, 정 전 장관의 마무리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최 의원은 발제에서 진로와 관련해 손학규 대표 체제에 맞서 당내 투쟁을 하는 방안과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참석자는 “발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발언을 했는데, 한마디로 현재의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분위기였다”며 “특히 호남지역 공천권과 관련해 정균환 최고위원, 박광태 광주시장 등이 집중적으로 비판 대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또다른 인사는 “손 대표와 책임지지 않는 386, 구 민주당 출신 ‘후단협’ 인사들이 ‘삼각편대’를 이뤄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데, 당 내부에서 노선 투쟁을 할 것인지 외부로 나가 새로운 모색을 할 것인지를 놓고 진지한 토론과 생각의 공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계파 차원의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은 “여러분의 의견을 잘 들었다. 충분히 숙고해서 (계파의) 진로를 정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마무리 발언으로 행사를 끝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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