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의원. 자료사진
김원기 전 국회의장(71·전북 정읍)의 별명은 ‘지둘려’(‘기다려’의 호남 사투리)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다가 속이 터지기 일쑤다. 그 정도로 말이 느리고 정치적 판단이 신중하다. 6선으로, 조순형 의원(무소속)과 함께 최고참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공천을 앞두고 그의 거취는 관심거리였다. 출마 여부가 ‘호남 물갈이’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토록 신중한 그가 지난 6일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정읍의 지방의원, 당직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다.
“50석 미만의 ‘초미니 정당’, ‘호남 자민련’이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내가 18대 국회에 등원해도 적극적인 역할은 없을 것 같다.”
그는 대선 패배 뒤 지난 연말에 이미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김기만 전 공보수석은 9일 “민주당과의 합당, 당 정비 등 정리해야 할 문제 때문에 그동안 공식화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30년 동안 명분을 놓치지 않은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순간에 깨끗한 퇴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불출마로 통합신당의 ‘호남 물갈이’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른 정치인들의 불출마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은 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때, 민주당에 남아 있다가 15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 뒤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에서 활동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노 대통령은 그를 ‘정치적 스승’으로 예우했지만, 임기 중반 이후에는 관계가 멀어졌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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