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신청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공천심사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당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아 공천신청이 반려된 박종웅 전 의원(오른쪽 세번째)이 심사위원들을 만나 항의하려고 신청자들 틈에 섞여 기다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심사 첫날 ‘친이-친박’ 신경전
한나라당 “이명박 사람이 돼야” “그럼 안돼” 맞서
지역구 현역의원 면접 제외 일부서 반발 한나라당이 12일 전 지역구의 공천신청자에 대한 면접심사에 착수하면서 당내 공천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강민)는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지역 48개 지역구의 공천신청자 전원을 면담하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2주 동안 모두 1100여명을 일일이 면접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면접·서류심사에서 후보를 2∼4배수로 압축한 뒤 현역 의원을 포함시킨 여론조사를 벌여 3월 초 공천을 최종 확정 지을 계획이다. 이날 면접 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서도 ‘이명박계’와 ‘박근혜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친이’ 성향의 후보 ㄱ씨는, 1분씩 출마 이유와 의정 계획을 발표하는 대목에서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이 높았던 것은 한나라당보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도 때문이었다. 이명박 사람인 내가 의정 활동을 잘할 수 있다”는 요지로 말했다. 그러자 곧 ‘친박’ 성향의 후보 ㄴ씨가 발끈하며 “득표율이 높았던 것은 내가 그동안 지역에서 각종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한다. ㄴ씨는 심사장을 나와서도 ㄱ씨에게 “다른 지역구로 옮기시는 게 좋을 것”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공천심사위원들은 지역 연고가 없는 후보들에겐 “언제 주소지를 옮길 거냐?” “출마지와 무슨 인연이 있는지 얘기하라”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경선·대선 기간 동안 이 당선인 선거대책위에서 활동하다 이번 총선에서 무연고지를 택한 후보 ㄷ씨는 “답하기가 어려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현역 의원들의 면접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공천심사위는 전날 모든 현역 의원들도 당연히 면접을 봐야 한다는 ‘원칙론’을 폈으나, 이날 지역구 현역 의원은 빼주자는 쪽으로 한걸음 물러섰다. 일부 의원들은 전날밤 공천심사위의 전원 면접 결정을 전해 들은 뒤 “우리가 자격도 의심스러운 인사들과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해야 하느냐. 자존심이 상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 빠진 채 면접을 치른 후보 ㅁ씨는 “왜 현역 의원과 나란히 서서 경쟁할 기회를 주지 않느냐. 혹시 짜고 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천심사위의 심사 결과 입당 신청이 보류된 박종웅 전 의원은 이날 면접장을 찾아와 “지난해 10월 당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긴다는 임명장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입당이 안 된다는 거냐. 공천심사위원들을 만나야겠다”며 한 시간동안 ‘시위’를 벌이다 안강민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공천심사위는 최근 17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데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 전 의원의 이력을 문제 삼아 입당을 보류시킨 바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공천심사위원 비율 놓고 ‘기싸움’
신당+민주당 박상천 “민주당 몫 3명 약속” 신당 “아직 미정”
민주당 출신들 호남 지역구서 ‘권토중래’ 노려
합당을 선언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12일 총선 채비를 서두르기 시작했지만, 합당에 따른 공천심사위원 구성비율과 호남지역 공천 경쟁이라는 두 가지 난제가 떠오르고 있다.
두 당은 이날 오전 통합실무회의를 열어 오는 18일 중앙선관위 등록과 함께 공천심사위 구성을 마치고, 19일부터 24일까지 총선 후보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25일부터는 공천심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한참 처진 만큼 ‘속도전’으로 만회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통합에 따라 ‘기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 호남에서는 예비후보들 간에 사활을 건 ‘공천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양당 모두 ‘안전한 텃밭’을 찾아 후보들이 몰려든데다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겹치면서 지역구에 따라 3파전, 4파전으로 통합 이전보다 경쟁률이 훨씬 높아졌다. 광주 동구에서는 양형일 의원이 민주당 출신인 박주선·김경천 전 의원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전남 고흥·보성에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을 탈당해 통합신당으로 옮긴 신중식 의원과 일합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나주·화순에서는 배기운 전 의원이 민주당 최인기 원내대표를 상대로 설욕을 벼르고 있다. 김충조 민주당 사무총장은 합구가 예상되는 여수(김성곤 통합신당 의원)에 나설 예정이고, 김경재 전 의원(민주당)도 ‘친노직계’인 서갑원 의원(전남 순천)에게 도전장을 냈다.
전북에서는 통합신당의 현역들인 이강래(남원·순창), 채수찬(전주 덕진) 의원이 각각 최진영 전 남원시장, 이창승 전 전주시장과 공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 신계륜 통합신당 사무총장이 각각 “신당 쪽이 (공천에서) 신의를 지킬 것”, “공천보장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마이크 신경전’을 주고 받은 배경에는 이런 현실이 놓여 있다.
통합 뒤 공천심사위원의 구성 비율을 놓고 양당이 기싸움을 벌이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상천 대표는 이날 아침 <한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총 11명으로 구성될 통합민주당(가칭) 공천심사위원회에 민주당 몫으로 3명의 참여를 약속 받았다고 주장했다. 외부 몫이 6명이니, 통합신당 몫은 2명으로 줄게 된다.
통합신당 쪽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신계륜 사무총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정당 내부 추천 몫이 5명인데, 어느 당이 2명, 3명을 할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면합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자기 희생을 전제로 해야 국민들이 감동할 것”이라며 박 대표를 향해 일침을 놨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한나라당 “이명박 사람이 돼야” “그럼 안돼” 맞서
지역구 현역의원 면접 제외 일부서 반발 한나라당이 12일 전 지역구의 공천신청자에 대한 면접심사에 착수하면서 당내 공천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강민)는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지역 48개 지역구의 공천신청자 전원을 면담하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2주 동안 모두 1100여명을 일일이 면접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면접·서류심사에서 후보를 2∼4배수로 압축한 뒤 현역 의원을 포함시킨 여론조사를 벌여 3월 초 공천을 최종 확정 지을 계획이다. 이날 면접 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서도 ‘이명박계’와 ‘박근혜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친이’ 성향의 후보 ㄱ씨는, 1분씩 출마 이유와 의정 계획을 발표하는 대목에서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이 높았던 것은 한나라당보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도 때문이었다. 이명박 사람인 내가 의정 활동을 잘할 수 있다”는 요지로 말했다. 그러자 곧 ‘친박’ 성향의 후보 ㄴ씨가 발끈하며 “득표율이 높았던 것은 내가 그동안 지역에서 각종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한다. ㄴ씨는 심사장을 나와서도 ㄱ씨에게 “다른 지역구로 옮기시는 게 좋을 것”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공천심사위원들은 지역 연고가 없는 후보들에겐 “언제 주소지를 옮길 거냐?” “출마지와 무슨 인연이 있는지 얘기하라”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경선·대선 기간 동안 이 당선인 선거대책위에서 활동하다 이번 총선에서 무연고지를 택한 후보 ㄷ씨는 “답하기가 어려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현역 의원들의 면접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공천심사위는 전날 모든 현역 의원들도 당연히 면접을 봐야 한다는 ‘원칙론’을 폈으나, 이날 지역구 현역 의원은 빼주자는 쪽으로 한걸음 물러섰다. 일부 의원들은 전날밤 공천심사위의 전원 면접 결정을 전해 들은 뒤 “우리가 자격도 의심스러운 인사들과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해야 하느냐. 자존심이 상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 빠진 채 면접을 치른 후보 ㅁ씨는 “왜 현역 의원과 나란히 서서 경쟁할 기회를 주지 않느냐. 혹시 짜고 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천심사위의 심사 결과 입당 신청이 보류된 박종웅 전 의원은 이날 면접장을 찾아와 “지난해 10월 당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긴다는 임명장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입당이 안 된다는 거냐. 공천심사위원들을 만나야겠다”며 한 시간동안 ‘시위’를 벌이다 안강민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공천심사위는 최근 17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데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 전 의원의 이력을 문제 삼아 입당을 보류시킨 바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공천심사위원 비율 놓고 ‘기싸움’
신당+민주당 박상천 “민주당 몫 3명 약속” 신당 “아직 미정”
민주당 출신들 호남 지역구서 ‘권토중래’ 노려
김충조 민주당 사무총장(오른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서울 당산동 대통합민주신당 당사에서 열린 통합신당-민주당 통합실무회의에서 인사말을 마치자 신계륜 통합신당 사무총장(왼쪽 두번째)과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통합에 따른 호남 격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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